한반도 미래전 환경과 수륙양용투사전력의 강화 _이선호(1998)
지난 4월 15일로 한국 해병대가 창설 49주년을 보냈다. 15라는
숫자는 해병대와 기연이 있다. 낙동강 최후 방어선에서 한국 전쟁의 흐름을 공세이전으로
바꾸어 놓은 인천 상륙작전이 9월 15일 결행되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한반도 적화를
성취하지 못했다고 자인했던 김일성의 생일이 4월 15일이었다.
한국 해병대는 한국전쟁 기간중 비록 연대 규모에 불과했지만,
한국군 단독의 통영 상륙작전으로 낙동강 방어선의 서측방 돌파를 저지했으며,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에는 미해병대와 함께 상륙돌격의 선봉부대로 참가하여 9월 28일 수도탈환에
앞장서서 국가주권의 상징인 중앙청에 맨먼저 태극기를 꽂았던 것이다.
그후 난공불락의 요새인 중동부전선의 도솔산 작전을 비롯하여
김일성고지, 모택동고지 등 여러 어려운 전투에서 많은 피를 흘리고 상승의 전통을
수립하였다. 월남전쟁에서도 주월 한국군 중 제일 먼저 파월되어 맹호부대나 백마부대와는
달리 17도선 부근의 격전지에 투입되어 주로 월맹 정규군과 싸워 혁혁한 전공을 세운
것이 해병대 청룡부대였다.
한국전쟁이 끝난 다음 사단으로 증편된 해병대는 명실공히
국가전략 예비답게 포항에 기지를 잡고 수륙양용작전의 전술·전기 연마를 통한 힘의
시위로 적 지상군을 후방 해안선 일대로 신장 배치케 하여 휴전선 방어를 약화시키고,
유사시 북한의 동해안에 대규모의 한미연합 상륙작전을 실시할 준비를 갖춤으로써
비록 1개사단에 불과하지만 적에게 몇 개 사단 이상의 심리적 위협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그후에 창설된 해병대의 또 다른 1개 사단은 휴전선
서측방인 김포반도와 강화도에 배치되어 수도권의 관문을 지키고 있으며, 1개 여단은
한국 영토의 최북단인 서해 5도에 전진기지를 점령방어하고 있어 적의 목에 비수를
갖다대고 있는 것같은 전략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 해병대는 현재 지극히 중요한 국가·군사전략적
몫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지상군 사단과는 달리 유사시 수륙양용 투사전력으로서
제2의 한국전쟁시에는 특수 임무부대를 편성, 현위치에서 발진하여 예기치 않은 시기와
장소에 적의 요지를 상륙기습으로 타격하거나, 사단급 규모의 상륙돌격으로 적후방
깊숙이 해안교두보를 확보, 대규모의 지상군 후속행정상륙을 보장하여 적을 양단
격파, 포위섬멸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전략적 예비로서의 구실을 할 배비태세를 갖춤으로써
그 존재가치가 부각되는 것이다.
3면이 바다인 반도국의 지세와 동서해안 조건을 전제한 미래전
양상을 내다볼 때, 절대우세한 북한군을 재래형 진지전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고 경제적인 작전은 적 후방에 대한
수륙양용작전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에도 대규모의 한미연합 수륙양용작전을
위한 전략개념이 정립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의 억제 실패시 평화회복을
위한 최선의 전승을 보장하는 군사전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해군과 해병대가 실제로 이러한 국가·군사전략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전략과 전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마디로 아직 「아니오」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딱한 현실이 안타깝다.
현행 국군조직법에 보면 해군은 해상작전과 상륙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장비를 갖추도록 임무가 부여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해군은 소형 수상함정 중심의 연안방어 작전체제로 전력을 증강해 왔을
뿐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위한 상륙함정과 함안이동수단을 전혀 확보치 않음으로써
현재 1개 연대규모의 상륙작전 지원능력 밖에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해군 속의 해병대는 명목상의 해상투사전력일 뿐 육군사단과
대동소이한 존재로 인식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73년 이전에는 해병대가 해군의 외청개념으로 운용되어
행정권을 해군으로부터 위임받아 국방부와 직거래함으로써 부대 지휘관리를 위한
자율성과 상륙작전 준비를 위한 독자성 및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었으나, 이제는
해군의 한 예하부대로 지휘권 관계가 바뀜으로써 해병대를 위한 인사행정, 자원배분,
군수지원, 교육·훈련, 복리·후생 등에 있어서 차등·제한과 전력약화라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세계 여러나라의 해병대와 마찬가지로 한국해병대도 가장 출전준비가
잘된, 충성스러운 수륙양용 작전부대이며, 해상투사전력으로서의 정예부대로서 자부해왔으나,
해군의 상륙작전에 대한 무관심으로 국가전략예비로서의 목적가치와 수단가치가 이산되고,
잘 훈련된 값진 국가자원이 유휴화 됨으로써 정체성 상실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해군 속의 해병대가 제몫을 다할 수 있어야 존립의 명분이
있고, 해군의 위상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나, 해병대를 위한 해상기동수단의 절대부족과
지휘체제 상의 모순으로 인해 벌어지는 상호갈등과 불화는 해군·해병대가 공존·공영·공생해야
할 운명공동체 형성에 역기능을 하고 있다. 해군은 해병대를 좀 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포용하되 해상작전과 상륙작전을 상호보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등가치의 정책·전략형성과
전력건설을 제도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고,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위한
조직관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행정권을 위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해군·해병대의 노력 통합에 의한 수륙양용투사전력,
수상함전력, 잠수함전력, 그리고 해상항공전력이 4위 1체가 된 현대해군다운 균형전력을
갖춘 성숙한 해군이 됨으로써 장차 한국군의 제1군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건전한
조직발전 전략이 될 것이며, 한국의 세계화에 걸맞는 대양해군의 위상을 갖추는 첩경이
될 것이다.
불행중 다행히 정부 당국에서 해병대의 존재가치를 인식하여
그 위상회복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여 관계법령을 개정할 준비를 하고
있음은 선견지명이 있는 「국민의 정부」다운 용단으로 높이 평가하는 바이다. 아무쪼록
한국해병대가 가장 잘 준비된 군대(ready force), 가장 충성스러운 군대(dedicated
force)그리고 가장 공세적인 군대(aggressive force)로서의 진면목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