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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전우

해병은 환수 문제 앞에서는 지역도 계급 고하도 필요 없다. 무조건 똘똘 뭉친다

by 충실한 해병 2022. 11. 7.

[weekly chosun] [인터뷰ㅣ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 “김경준 기획입국설, 내가 취재 부탁했다”

<이 기사는 weekly chosun 1998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이범진 기자

입력 2008.03.26 15:15 | 수정 2008.03.29 15:26

“재미 인터넷신문에 요청… MB 낙마 시도 물거품 만들어
MB가 해병대 지휘권 환수 약속해 줘 대선 때 전면 지원”
“해병은 환수 문제 앞에서는 지역도 계급 고하도 없다. 무조건 똘똘 뭉친다.
‘MB가 환수를 약속했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해병이 MB를 지지했다.”

작년 17대 대통령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했으나 아직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소위 '김경준 기획입국설'은 어떻게 세간에 알려진 것일까. 1996~1998년 국방부 해병대 사령관을 역임한 전도봉(65) 해병 중장이 이에 관한 비화를 전했다. "BBK 사건이 대선의 뇌관으로 떠올랐던 2007년 10월, 재미 언론인 손충무씨를 움직여 LA에 있던 김경준씨를 직접 취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전 전 사령관은 “당시 한국 내 언론은 정부가 장악하고 있었고 뉴스의 초점은 대부분 김경준씨가 아니라 그의 누나 에리카 김에게 맞춰져 있었다”며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김경준과 그 주변을 직접 파헤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경준씨의 거짓 폭로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상당한 위기에 처하게 됐다”며 “하지만 폭로가 기획된 것일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제2의 김대업 사건’을 만들려는 시도는 물거품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전도봉 전 사령관은 이 같은 주장과 함께 해병대의 독립, 즉 지휘권 환수에 얽힌 군 수뇌부의 비화도 공개했다.

김경준 기획입국설은 어떻게 알려지게 됐나.  "기획입국을 처음 보도한 것은 손충무씨가 발행하는 재미 인터넷신문 '인사이드 더 월드'(www.usinsideworld.com)다. 2007년 10월 당시 나는 방송사의 보도가 중립적이지 않다고 판단, 방송사 앞에서 편파보도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 시위 도중 '이렇게 가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미 언론인 손충무씨에게 취재를 부탁했다."

(‘인사이드 더 월드’는 2007년 11월 1일자로 “이명박을 낙마시키면 BBK사건 없던 것으로 해 주겠다, LA에 소문… 제2의 김대업 노리는 BBK 김경준 소환 배후에 어떤 음모가 있다”는 기사와 “LA에 정체 모를 사람들 몰려와… 김경준·에리카 김 모셔간다는 소리가 상당히 널리 퍼져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재미언론인 손충무씨는 지난 3월 19일 Weekly Chosun과의 통화에서 “전도봉 사령관이 수차 전화해 ‘미국을 잘 아는 경험 많은 사람이 바른 보도를 해 달라’고 요청해 취재에 나섰다”며 전 전 사령관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언론도 있는데, 왜 재미 언론에 접촉했나.  "2007년 10월 당시엔 여권 실세들이 '이명박은 한 방이면 날아간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던 때였다. 미디어는 정권이 장악하고 있었고 취재는 김경준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장기간 이뤄져야 했다. 나와 잘 알고 미국을 잘 아는 재미 언론인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기획입국'이 사실이라고 보나.  "사실로 드러났다. 김경준씨가 LA구치소에 있을 때 함께 수감돼 있던 손모씨가 증언하지 않았나." (손모씨는 3월 14일 서울중앙지법서 열린 김경준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경준씨가 내게 '한국에 들어가면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형이 확정되면 사면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며 "김경준씨가 '누나가 대통합민주신당 박영선 의원과 국정원을 통해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신모씨의 말은 위증"이라고 반박했다.)

 

기획입국 물증을 갖고 있나.  "갖고 있진 않다. 손충무씨가 한국 검찰에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안다." (손충무씨는 Weekly Chosun과의 통화에서 "검찰에 모든 자료를 넘겼다"며 "조만간 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획입국설이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보나.  "김경준 기획입국설이 국내에 불거진 것은 '인사이드 더 월드'의 보도를 읽은 안상수 의원이 '정부 여당의 기획입국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이는 이명박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면에서 작게나마 정권교체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군 출신이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해병이다. 해병은 전쟁이 났을 때 가장 앞장서서 공격해야 하는 주공(主攻) 부대다. 그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평생을 살았다. 그런데 주공부대는 외국 군대와 연합해 작전을 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국가 대 국가의 개념으로 부대를 지휘해야 한다. 그런데 해병대는 독자적 지휘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1973년 10월 10일 해병대가 해체되고 지휘권이 해군으로 넘어간 뒤 지휘권 환수문제는 해병의 오랜 염원이 됐다."

지휘권 환수 문제는 정치 이슈가 아니다.  "해병대 지휘권 환수를 위해 나는 준장 시절이던 1990년 당시 안병태 해군 총장, 김동진 국방장관과 수차 갈등을 빚었다. 지휘권을 줄 수 없으면 차라리 나를 보직해임 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김영삼 당시 대통령까지 만나게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전도봉 전 사령관은 경남고 동문이다.) 김 전 대통령에게 '권한을 줄 수 없으면 내보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해병대는 5·16을 일으킨 반란군"이라며 "다시는 군인이 총 들고 집권하지 못하게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내가 하나회 해체시키는 것 못 봤냐'면서 해병대 지휘권 환수 요구를 일축했다. 충격이었다. 해병이란 사실을 평생 명예로 여기며 살아왔는데 '반란군 지휘관'이라니."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이후 MB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 해병대 지휘권 환수 문제를 제기했다. 그랬더니 MB가 '1973년 이전 상황으로 원위치 시켜주겠다'고 했다. 나는 이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해 70만 해병 출신 전원에게 알렸다. 권철현 전 의원이 원고 일부를 읽고 수정해 권 의원 이름으로 띄웠다. 그런데 그게 선거법에 위반됐나 보다. 그래서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해병은 환수 문제 앞에서는 지역도 계급 고하도 필요 없다. 무조건 똘똘 뭉친다. 'MB가 환수를 약속했다'는 말 한마디에 전 해병이 MB를 지지했다. 해병대 가족을 합치면 그게 한 200만표 된다."

결과적으로 선거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이 두 가지(김경준 기획입국 보도와 해병의 지원)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미약하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해병대 지휘권 환수를 위해서는 해병의 임무와 권한을 법으로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법제화하는 데 남은 정열을 바치고 싶다"

지휘권이 환수될 것이라고 보나.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육·해·공군 외에 해병대 깃발이 걸려 있었다. 예전엔 해병 깃발은 걸 수 없었다. 또 육·해·공군 의장대 외에 해병 의장대가 별도로 따로 섰다. 이것도 전엔 없던 일이다. 통수권 문제라 민감하긴 하지만 이것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신호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