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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논문 자료

대양해군의 비밀병기-잠수함대건설과 항공전력확충

by 충실한 해병 2022. 12. 19.

 제2부 잠수함대 건설과 항공 세력의 확충

수중 세력에 이어 살펴볼 것이 잠수함을 중심으로 한 수중 세력이다. 20세기 후반 들어, 잠수함만큼 각광 받은 전력도 없을 것이다. 함재기를 주축으로 한 항공 세력도 물론 대단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항공 세력은 미국을 비롯한 몇몇 초강대국의 전유물이다. 그러나 잠수함은 중규모 강국은 물론이고 중진국에도 보급됨으로써, 옹골찬 해군 건설을 원하는 여러 나라를 만족시키고 있다.

잠수함이 각광받은 가장 큰 이유는 여간해서는 탐지되지 않는 은밀성 때문이다. 현대 과학은 600㎞ 떨어진 곳에 있는 비둘기를 탐지해 내는 레이더까지 개발해 냈다. 그러나 물 속은 매우 특수한 공간이어서 불과 수㎞ 떨어진 곳에 있는 1만t급 잠수함을 탐지하는 장비조차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은밀성이 뛰어나다 보니 잠수함은 강한 해군을 원하는 나라의 전략무기가 되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북한이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미군은 일본에서 제작한 군수물자를 일본 사세보항에서 부산항으로 황급히 실어 날랐다. 덕분에 일본경제는 크게 부흥하였다. 3년 동안 수송된 군수물자의 양은 무려 5800만t이었다. 이러한 군수물자 덕분에 한국은 간신히 인민군의 공격을 물리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북한은 ‘왜 전쟁에서 이기지 못했는가’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때 도출된 결론 중의 하나가 부산항에 5800만t의 군수물자가 양륙되도록 내버려둔 사실이 거론되었다.

북한이 잠수함을 동원해 사세보-부산 항로를 오가는 수송선을 공격했다면, 미군의 수송 작전은 큰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 당시 북한은 단 한 척의 잠수함도 보유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후 잠수함 확보에 전력해 1830t급인 로미오급 잠수함을 22척이나 보유하게 되었다. 그 외 북한에서 직접 생산하는 300t급 상어급 잠수함과 70t급 유고급 잠수정 등 90여척의 잠수함정을 갖게 되었다.

 

야스쿠니 신사와 日本 잠수함

태평양전쟁은 잠수함 공격으로 시작되었다. 진주만은 자궁처럼 생겨서, 안은 매우 넓지만 입구는 매우 좁다. 일본 연합함대의 함재기가 진주만을 공격하기 전, 5척의 소형 일본 잠수정이 진주만 입구에 침투해 있었다. 일본 함재기의 공격이 개시되자 미국 함정들이 진주만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때 5척의 일본 잠수정은 이러한 미국 함정을 공격했다. 그로 인해 다수의 미군 함정이 침몰하며 진주만 입구를 막아버려, 미국 함대는 더욱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 전투에서 일본 잠수정도 격침되었다. 일본의 고이즈미(小泉) 총리의 참배 로 시끄러웠던 야스쿠니(靖國)신사는 진주만에서 희생된 잠수정 장교들을 군신으로 모셨던 곳이다. 일본 잠수함은 로스앤젤레스까지 접근해 하와이가 아닌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유일한 기록을 남겼다.

잠수함은 영어로 submarine이라 SS로 표기한다. SS는 디젤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축전기를 충전한 다음 축전기의 힘으로 스크루를 돌려 항진하는 재래식 잠수함을 말한다. 디젤엔진은 가동시 배기가스가 발생하므로 SS는 수시로 부상해 배기가스를 빼내고 신선한 공기를 흡입해야 한다. 잠수함은 공기를 갈기 위해 부상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 때문에 미국은 배기가스 발생하지 않는 원자로를 장착한 잠수함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SSN이다. SSN은 대개 6000t급 이상으로 덩치가 매우 큰 것이 특징이다.

SSN에는 크루즈 미사일이 주로 탑재된다. 그러나 덩치가 큰 SSN에는 SL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으로 표기되는 핵탄두를 단 탄도미사일이 탑재되는데, 이러한 잠수함은 특별히 SSBN이라고 한다. SSBN은 대개 1만t이 넘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오하이오급과 프랑스의 트리옹팡급, 러시아의 타이푼과 델타급, 영국의 뱅가드급 잠수함 등이 있다. 10만t에 이르는 항모는 미국의 전유물이나 SSBN은 미국과 중규모 강국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점이다.

SSN은 6000∼1만t급 사이의 잠수함인데, 여기에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영국의 트라팔가급, 러시아의 시에라와 빅터급, 프랑스의 루비급, 중국의 한(漢)급 등이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폐선할 때까지 연료를 교체하지 않는다. 따라서 식량과 식수가 떨어지지 않고 승조원들이 견뎌낼 수 있는 한 수개월 동안 계속 잠항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미국은 SSBN이나 SSN 등 핵추진 잠수함만 갖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6000t급 이하는 대개 SS로 표기되는 재래식 잠수함인데, 재래식 잠수함은 며칠에 한 번씩은 부상해 공기를 갈아주어야 한다. 재래식 잠수함 중에서도 3000t급 이상을 중(重)잠수함이라고 한다. 중잠수함은 토마호크 등 크루즈 미사일이 장착될 수 있어 전략무기로 분류된다. 아르헨티나·브라질·호주 등 상당수의 중진국은 중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구축함 분야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한 한국은 중잠수함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한국이 보유한 잠수함은 1200t급인 독일제 209로, 제1번함이 장보고함으로 명명돼 장보고급으로 불리고 있다.

한국은 장보고급 잠수함을 9척 보유하고 있다. 이중 6척에는 어뢰만 장착돼 있으나 가장 늦게 건조한 3척에는 함정을 공격하는 데 쓰이는 대함 미사일 ‘하푼’이 장착돼 있다. 그러나 크기가 작은 관계로 대지 미사일은 아직 장착하지 못하고 있다.

 

현격한 한·일 잠수함 격차

일본은 ‘유우시오’ ‘하루시오’ 등 2200∼2900t급 사이의 잠수함을 17척 갖고 있다. 이 잠수함에도 대지 미사일은 장착돼 있지 않으나 탑재 무장은 장보고급보다 훨씬 더 많다. 한국과 일본의 잠수함 척수 격차는 17 대 9다. 그러나 일본의 잠수함은 한국 잠수함보다 두 배 이상 크므로 질적인 차이는 훨씬 더 벌어진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는 잠수함을 30년 정도 사용하나, 일본은 18년간 사용한 후 퇴역시킨다. 퇴역한 잠수함은 기름칠을 잘해 밀봉해두는데, 이러한 잠수함은 언제든지 다시 꺼내 쓸 수가 있다. 따라서 일본의 잠수함 척수는 공식 발표보다 두 배 더 많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점까지 고려하면 한국과 일본의 수중 전력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잠수함 수명을 18년으로 한 것은 일본식 ‘주먹 감추기 전략’일까? 이에 대해 일본은 “일본에서는 두 조선소에서 잠수함을 건조하는데, 두 회사에게 매년 1척씩 일감을 주기 위해 잠수함 수명을 18년으로 정했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잠수함 분야에서도 최말석이지만 천만다행으로 장보고급 잠수함의 성능만큼은 뛰어나다. 이 ‘꼬마 잠수함’은 워낙 조용해 미군과의 연합훈련에서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SSN)을 가상 격침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세우고 있다.

주요 국가에서 초기에 도입한 잠수함은 대부분 침몰되는 사고를 당했으나, 장보고급 잠수함은 안전하게 운용되고 있다. 장보고급 잠수함은 50여 일 동안 단독 작전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동함대가 없는 현재로서는 장거리 투사가 가능한 유일한 전력이다. 그러나 더 큰 작전에 참여하려면 더 크고 많은 잠수함이 필요하다. 일본 해자대는 잠수함이 많아 중장이 지휘하는 잠수함대를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 해군은 척수가 적어 준장이 지휘하는 한개의 잠수전단만 있다(해군의 부대 편제는 함대-전단-전대 순으로 내려온다).

제20대 안병태 총장은 기동함대뿐만 아니라 잠수함대 건설 계획도 마련하였다. 안총장은 ‘장보고급 잠수함에 이어 이를 개량해 SSU로 명명된 1800t급 잠수함을 도입한다. SSU 잠수함 도입과정에 한국은 설계 기술을 배워 3000t에 육박하는 중잠수함을 독자 개발한다. 이를 통해 잠수함대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동함대 건설은 후임 총장을 거쳐 계획대로 추진됐으나 잠수함대 건설은 모기관의 개입으로 크게 요동을 쳤다.

1998년 7월 러시아와 외교관으로 위장한 첩보요원 맞추방 사건을 겪은 이 기관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독일제 214를 모델로 한 SSU 도입과 별도로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을 도입하라”며 개입했던 것. 2000년 8월13일 러시아의 오스카급 SSN 쿠르스크함이 바렌츠해에 침몰했다. 러시아의 잠수함은 안전을 신뢰할 수 없어 해군은 킬로급 잠수함 도입에 반대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이 잠수함 건조 사업 참여를 집요하게 주장하면서 SSU 사업이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혼란을 정리한 이는 22대 총장 이수용(李秀勇) 대장이었다. 이총장 대에 해군은 모기관의 개입을 떨쳐내고 ‘세계 최고로 인정는 독일제 214를 모델로 한 1800t급의 KSS-Ⅱ사업을 진행한 후(이 과정에서 SSU는 KSS-Ⅱ로 바뀌었다), 여기서 잠수함 설계 기술을 익혀 SSX로 명명된 3000t급의 한국형 중잠수함을 만든다’는 계획을 확정지었다. 안총장이나 이총장은 필요할 경우 과감히 정치인들을 찾아가 해군 예산 증액을 부탁했다. 소군(小軍)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에서 거침없이 해군의 목소리를 내질렀다.

한 전략가는 “KSS-Ⅱ는 기술 축적용이므로 소규모 생산으로 그치고, 빨리 SSX로 넘어가야 한다. 기존의 장보고급은 성능개량을 통해 KSS-Ⅱ급으로 키워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국은 세 종류의 잠수함을 25~30척 갖고, 잠수함대를 편성하여야 한다. 기동함대와 잠수함대 건설은 대양해군을 향해 가는 배의 양쪽 노와 같다”고 말했다.

 

항공사령부 설치 필요

해군력을 구성하는 마지막 요소인 항공 세력이다. 항공 세력은 공격용과 방어용으로 나뉜다. 공격용 항공 세력은 항모에 탑재한 각종 전투기다. 이러한 세력은 미국을 필두로 중규모 강대국만 보유하고 있다. 한국 해군이 2010년 이후 ‘세종대왕함’으로 명명한 경항모를 도입한다면, 여기에는 수직이착륙기인 해리어와 헬기가 20∼30대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적잖은 사람들이 항공모함에 탑재된 항공기는 항공모함 함장의 지휘를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함장은 항모만 지휘하고 항공기는 별도의 전대장이 지휘한다. 항공세력은 항모를 이·착함 기지로 이용할 뿐 항모에 소속된 부대가 아니다.

항공 세력도 3직제로 운용된다. 즉 1개 부대는 항모에 탑재돼 작전에 들어가고, 1개 부대는 육상 기지에서 훈련을 한다. 그리고 1개 부대는 정비를 하거나 비상 대기한다. 따라서 세종대왕함에 30대의 함재기를 싣는다면 실제로는 90대의 함재기가 있어야 한다. 90대의 전투기는 1개 전투비행단을 구성하는 규모다. 항모 도입과 함께 해군은 1 개 항모 전투비행단 건설을 준비하여야 한다.

방어용 항공세력의 대표는 해상 초계기다. 해상 초계기는 항모에게 가장 위협적인 잠수함을 찾아내 공격하는 항공기인데 여기에는 P-3C 등이 있다. 일본 해자대는 100대의 P-3C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명이 다하는 P-3C 후속기를 독자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해 한국 해군이 보유한 P-3C는 단 8대다. 100 대 8, 해상 초계기 분야에서도 한국은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이다.

P-3C 외에도 일본 해자대는 대잠 작전에 투입되는 SH-60J 등의 헬기를 120여대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항공 세력이 많다 보니 이들을 묶어 항공집단(航空集團)을 편성했다. 그러나 한국 해군은 보유한 항공기가 적어 항공전단을 겨우 구성하고 있다. 일본의 항공집단 사령관은 중장이다. 그러나 항공전단장은 준장이다. 한국이 생각하는 항공사령부는 소장이 지휘하는 규모다. 수상과 수중·항공 모든 분야에서 한국은 현저히 뒤처져 있는 것이다.

땅은 17∼19세기에 완전히 분할이 끝났다. 그때 조선은 새로운 땅을 확보하지 못했고,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은 새로운 영토를 많이 확보하였다. 땅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독도나 일·중 간에 영유권 다툼이 있는 센카쿠(尖角), 러시아와 일본간에 다툼이 있는 구나시리(國後)를 비롯해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러시아 소유의 4개 섬(일본은 이를 北方領土로 부른다. 한·일 간 꽁치 분쟁은 한국이 러시아를 이 섬의 영유권자로 간접 인정했기에 발생했다) 등 몇몇 섬으로 한정돼 있다.

 

바다 분할 시대

지금은 바다 분할 시대다. 독도나 센카쿠는 물이 나오지 않는 돌섬이라 사람은 살 수가 없다. 그런데도 영유권 분쟁을 빚는 것은 이 섬을 소유해야만 반경 12 해리 바다를 영해로, 24 해리까지는 접속수역으로, 200 해리까지는 경제수역으로 영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선을 그을 수 없다. 목측(目測)할 수 있는 표지조차 없는 망망대해에서는 경계선을 둘러싸고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로 눈을 돌려도 분쟁은 대개 바다에 일어나고 있다. 북한 상선이 제주해협과 북방한계선을 통과한 것이나 연평해전 등 바다는 휴전선을 대체해 새로운 분쟁 지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강한 해군을 요구한다.

지상군은 영토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영토 수호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므로 지상군의 중요성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영토를 지키는 것은 ‘민족 정치학’의 세계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해상교통로를 따라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하고 무역으로 번성하는 나라가 된 지 오래다. 해상교통로가 지나는 바다는 세계 모든 나라의 해군이 들어올 수 있는 공해(公海)다. 이러한 곳에서 통하는 것은 국제정치학이다. 민족정치학을 기반으로 한 지상군을 다지면서 이제는 국제정치학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옹골찬 해군을 만들어야 한다.

 

자민련식 생존전략

대양해군을 갖는 것은 일본이나 중국 등 주변국과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꽤 잘 산다고 자부하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는 일본 규슈(九州) 섬의 경제규모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실력으로는 미·일·중·러로 구성된 주변 4강을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남북이 통일되는 그날 우리 영토와 영해만큼은 분명히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4강의 힘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한 전략가는 “우리는 미국과는 동맹, 일본과는 공조, 중국과는 친선, 러시아와는 우호 관계를 맺고 두루두루 잘 지내야 한다. 이렇게 잘 지내기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해군력이 필요하다. 옹골찬 해군을 갖는 것은 이 지역의 분쟁을 줄이는 지름길이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동북아에서 가장 약한 나라인 한국은 ‘자민련식 생존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자민련은 의석이 20석밖에 되지 않는데도 사안에 따라 여당과 야당을 오가며 존재를 과시해, 20석 이상의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자민련은 거대 여당과 야당에 끼여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여당과는 정당 차원에서 연립하고, 야당과는 사안에 따라 공조하는 자민련의 자세는 기막힌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한 나라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의 처지가 자민련과 비슷하다. 한국 해군의 전투지수는 일본 해자대의 23%, 중국 해군의 16.7%에 불과하다.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한국은 두 세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균형자(balancer)’가 되어야 한다. 한국이 어디로 기우는가에 따라 대세가 결정될 때 한국의 가치는 극대화된다. 이러한 능력을 가지려면 자민련처럼 최소한 원내교섭단체는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기동함대와 잠수함대를 양축으로 한 대양해군 건설은 원내교섭단체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발버둥이다.”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대양해군은 필수 품목이다. 대양해군은 국가 지도자의 의지와 철학에 의해 탄생한다. 해양전략에 관한 최고의 고전은 마한 제독이 쓴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이다. 프로이센의 왕 빌헬름 1세와 미국의 대통령 데오도르 루스벨트는 이 책을 읽고 눈을 떠, 독일과 미국을 해양국가로 이끌었다. 1920년대 일본을 이끈 지도자들은 국가 예산의 무려 32%를 해군에 투자했다.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미국과 독일과 일본은 세계 패권을 놓고 자웅을 겨룰 수 있었던 것이다.

대양해군 건설은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의지에 달려있다. 해사 졸업식에서 기동함대 건설을 역설한 그의 말을 국민이 적극지지해 줄 때 한국의 미래는 보장될 수 잇는 것이다.

 

 

해병대와 대양해군 - 해병대 상륙작전을 위해 헬기 상륙함 건조

 

해군력을 구성하는 3대 요소는 아니지만 해병대는 빠뜨릴 수 없는 전력이다. 수상과 수중·항공 세력이 적 해군을 격멸하면 해병대가 나서서 상륙작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륙함이 있어야 한다. 가장 큰 상륙함은 LHA 혹은 LHD로 불리는 상륙모함이다. 미 해군은 4만t인 와스프급과 3만9400t인 타라와급 상륙모함을 갖고 있다. 와스프급 상륙모함에는 22명의 해병대 병사를 태울 수 있는 CH-46 헬기 42대와 5대의 해리어 전투기, 6대의 대잠전용 헬기가 탑재된다. 타라와급에는 CH-46 헬기 12대와 37명이 해병대를 태울 수 있는 CH-53헬기 9대, 6대의 해리어 전투기를 싣는다.

이 보다 작은 것이 상륙수송선거함(LPD)다. 미 해군이 보유한 LPD는 2만4000t급으로 여기에는 4∼8대의 헬기가 탑재된다. 다음이 1만t을 약간 넘는 헬기탑재 상륙공격함(LPH)이다. 지난해 말 언론은 일본이 항모로 개조될 수 있는 1만t급 수송함 ‘오오스미함’ 건조를 계획한다고 보도했는데, 오오스미함이 바로 LPH다. 언론은 헬기를 탑재하는 사실에만 주목해 상륙공격함을 항모로 잘못 보도한 것이다. 한국 해군도 LPX로 닉네임을 붙인 1만t급의 헬기탑재 상륙공격함의 건조를 준비하고 있다. LPX는 해병대 병사를 헬기에 태워, 기뢰가 깔린 바다와 지뢰가 깔린 해안선을 넘어 적 심장부에 투하하는 초수평선상륙작전’의 발진 기지가 된다.

그 다음이 LST로 불리는 대형상륙함이다. 이 상륙함은 전차와 상륙돌격장갑차 등을 싣고 다니는데 한국 해군은 비교적 덩치가 작은 고준봉급의 LST(4200t)를 보유하고 있다. 대양해군 육성과 해병대 발전은 수레의 양 바퀴처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인터뷰 / 장정길 해군참모총장

“ 해군은 통일 한국을 지키는 최일선 방어군 ”

지난 8월2일 해군은 서울 힐튼호텔에서 동북아의 해양안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대규모 학술회의인 제7회 국제해양력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이 있은 4일 후 해군 총장 장정길(張正吉·해사 20기) 대장을 만나 한국 해군의 대양화 전략을 들어보았다. 이 인터뷰는 장총장이 가진 최초의 인터뷰다.

-앞으로 해군을 이끌 방책을 밝혀달라.

“내 임무는 정부의 정책을 힘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미래의 안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대양해군을 건설한다’는 지휘 표어 아래, ‘엄정한 군 기강 확립, 완벽한 전비 태세 유지, 첨단 입체 전력 건설, 효율적인 군 관리라는 네 가지 지휘방침으로 해군을 이끌어 나갈 생각이다.”

-총장 취임과 동시에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과 북방한계선(NLL) 통과를 겪으셨는데….

“그 사건에 대해서는 많은 오해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그 사태에 대해 ‘선(先) 평화적 모색, 후(後) 군사적 강권 발동’이라는 대응방침을 세우고 인내심 있게 대응함으로써, 북한 선박이 우리의 요구에 순응케 하는 목적을 달성했다.

국기를 게양한 해군 함정은 ‘떠다니는 영토’다. 국가의 주권과 권위를 대신한다. 지상의 군사분계선에서 포탄 몇 발이 오가는 것은 전쟁으로 비화하기 어렵지만, 해상전은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군함은 그 어떤 부대보다 국제법을 엄정히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비무장 북한 선박에 대해 우리가 무력을 사용했다면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져, 국익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었을 것이다. 해군 작전은 국익을 우선한다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앞으로도 북한 상선이 NLL을 통과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NLL은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실효적인 해상경계선이다. 이 선은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지켜져온 만큼, 남북간의 별도 합의가 없는 한 우리는 이 수역을 고수할 것이다. 또다시 북한 선박이 NLL을 침범하면 ‘선 평화적 모색, 후 군사적 강권 발동’의 기본 원칙과 정전시 교전규칙에 따라 단계별로 엄정히 대응할 것이다.”

-해양력 심포지엄을 개최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기자도 잘 알다시피 21세기의 바다는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자원의 보고다. 바다는 국가간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해양영토 분쟁과 해양경계선 획정 문제로 분쟁의 소지가 상존하고 이다. 해적과 밀무역, 해상오염 등 해상에서의 갈등 요소도 적지 않다. 분쟁과 갈등을 줄이려면 지역 국가간의 상호이해와 협력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의 갈등을 줄이는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해 2년마다 해양력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대양해군의 모델로 삼는 국가는 어디인가?

“어느 특정국을 모델로 삼기보다는 주변국의 해군력 발전 추세와 우리의 경제여건에 따라, 양보다는 질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우리의 대양해군 건설 전략이다. 나는 전략기동함대 확보에 중점을 두고 수상·수중·항공 전력 확보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주변국의 해군력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가. 그리고 주변국과 비교해 우리 해군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이 지역 최대 해군은 미국 해군이다. 미 해군은 사시사철 대양에 떠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해군이다. 일본 해자대는 이지스급 구축함을 주력으로 8척의 함정에 8대의 헬기로 구성되는 4개 호위대군과 연안해역 방어를 담당하는 5개 지방대, 그리고 16척 이상의 잠수함과 100여 대의 해상초계기, 그리고 8000t급 이상의 대형 수송함을 준비하는 강력한 해군이다.

중국 해군은 1000해리 이상을 적극 방어한다는 개념을 세우고 러시아로부터 7000t급 소브레메니급 구축함 2척을 도입하고 추가로 올해 말 2척을 도입할 예정이다. 전략잠수함(핵추진) 추가 보유와 항공모함 보유에 힘쓰는 등 대양해군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경제난으로 군사력이 줄어들었다고 하나 극동 지역에 핵잠수함과 1만t급 순양함을 배치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해군력이 너무 미약하다. 우리는 조선 수주량 세계 1위, 어획량 세계 8위, 무역량 세계 10위의 해양국가이므로, 그에 걸맞은 해군력을 가져야 한다.”

-김대통령은 해사 졸업식에서 전략기동함대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정확한 대통령님 말씀은 ‘머지 않아 우리 해군은 5대양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키고 세계 평화 수호에 일익을 담당할 전략기동함대를 가지게 될 것이다’였다. 기동함대는 KDX-3 이지스 구축함과 KDX-2 구축함, 잠수함과 해상 작전용 항공기 그리고 기동군수지원함으로 구성된다. 이 부대는 육군과 공군의 지원 없이도 상당기간 단독으로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10년 후 기동함대를 창설하게 될 터이니 국민들께서는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항모 건조 계획이 궁금하다.

“아직 우리 해군은 항모 건조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국의 전력 증강 추세를 고려하고 국가 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항모 확보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999년 6월 연평해전에서 승리했는데, 북한 해군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은 6·25전쟁 때 패전한 이유 중의 하나를 해군력 열세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해군력 건설에 매진해 척수에서는 우리보다 4배 이상 많은 820여 척의 군함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200t급 이상 함정은 17%에 불과하고 함령(艦齡)이 30∼40년 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직도 90여 척의 잠수함과 270여 척의 상륙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대형 구축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무시할 수가 없다. 비록 우리는 연평해전에서 승리했지만 북한의 해군력을 경시할 수는 없다.”

-해병대를 발전시킬 복안을 갖고 있는가?

“우리 해병대는 6·25전쟁과 월남전을 통해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별명을 얻은 매우 용감한 부대다. 해병대는 상륙작전 외에도 도서 방어작전 등 다양한 목적에 투입되는 다목적 신속대응군이다. 우리는 해병대에게 원활한 기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1만t급 대형 수송함을 설계하고 있다. 해병대와의 협조를 강화하기 위해 나는 각종 해군 모임에서 외치는 구호를, ‘해병대와 함께, 바다로! 세계로!’로 바꾸도록 하였다.”

-대양해군 건설을 위한 재원(財源)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

“세계 강국은 하나같이 국가지도부의 의지에 의해 강한 해군을 키웠다. 1868년 일본은 메이지(明治) 천왕이 해군 관함식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해군 육성을 위한 특별세를 만들고, 왕실 운영비 절감 그리고 국민 성금을 통해 해군력 건설 재원을 마련했다. 1904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big stick(큰 몽둥이) 해군을 가져야 big stick 외교를 할 수 있다’며 해군력 건설에 매진하였다. 영국은 1634년 찰스 1세 때 이미 건함세(建艦稅)를 징수한 바 있다. 올해 우리 국방비는 GDP의 2.7%에 불과하다. 이러한 전체 국방비 중에서 해군 몫은 16%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양해군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한 형편이다.”

-통일 후 한국 해군의 모습은 어떠하리라고 전망하는가?

“통일은 영토 확장과 동시에 해군이 담당하는 바다도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 한국은 바다를 연하여 주변강국에 둘러싸이게 되므로, 해양주권 확보는 절실한 과제가 될 것이다. 통일 한국에서는 해군이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최일선 방어군이 된다. 기동함대 창설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면 해군은 통일 한국의 국익을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명한 자는 남의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는 옛말이 있다. 해양을 도외시해 쇠퇴의 길을 걷지 말고, 주변 해양강국과 장보고 대사·이순신 제독의 호국정신을 본받아 해군력 건설에 노력한다면 통일은 우리 민족이 중흥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