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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장비 시설

월남전 교훈을 바탕으로 대폭 개량된 F-4D Phantom

by 충실한 해병 2022. 11. 12.

미사일 만능주의의 실패
1957년 당시 중국과 대만이 금문도 주변에서 무력분쟁이 일어나자, 대만의 F-86 세이버 전투기는 중국의 MIG-15와 MIG-17을 손쉽게 요리했다. 초반에는 MIG-15, MIG-17의 우수한 비행성능을 살린 중국공군의 공격에 대만 공군이 고전했지만, 곧 미국으로부터 넘겨받은 AIM-9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사용하며 공중전의 판도를 뒤집어버렸다. 대만 공군 측은 F-86을 단 한 대도 잃지 않고 중국 공군의 전투기 29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사례 때문에 미군은 미사일로 모든 적기를 격추할 수 있다는 미사일 만능주의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보니 미군은 당시로선 최신 기종인 팬텀에 기관포같은 구식 무기는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수 십km 밖의 적 항공기도 레이더만 있다면 탐색할 수 있었고, 일단 발견한 적기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7 스패로우로 요격해버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군 생각으로는 혹 이 미사일이 빗나가 적기가 코 앞까지 다가온다고 해도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9로 손쉽게 처리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 때문에 미 해군의 F-4B와 미 공군의 F-4C 모두 기관포 없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첫 시작은 좋았다. 이전화에서 보았듯 미 해군의 F-4B가 AIM-7으로 MIG-17을 격추했고 미 공군의 F-4C 역시 1965년 7월에 두 대의 MIG-17을 AIM-9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 하지만 곧 미군은 기관포를 없앤 것이 얼마나 섣부른 판단이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AIM-7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반능동 레이더유도라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미사일이 명중할 때까지 계속 레이더로 적기를 비추고 있어야 한다. 즉 미사일이 명중하기 전까지는 기수를 돌릴 수 없다는 소리인데, 이것은 자신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는 적기를 공격하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긴다. 만약 적기를 이 미사일로 격추해버린다면 상관없지만, 미사일이 빗나가버린다면 바로 적기와 근거리에서 격투전을 벌여야 했다. 수십 km 밖에서 미사일을 쏜다고 해도 두 전투기가 시속 800km/h 이상의 속도로 마주보며 날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결과적으로 적기와 1600km/h의 속도로 가까워진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서로 거리가 좁혀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베트남전 당시 사용했던 초기형 AIM-7은 명중률이 형편없었다는 점이다. 모든 조건이 잘 갖춰진 시험사격시에는 높은 명중률을 보였지만 전투 중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적기의 회피기동, 조종사의 조작 실수, 미사일 자체의 고장 등 다양한 요인이 원인이 되어 명중률이 30% 미만으로 매우 저조했다. 물론 가까운 거리에서라면 AIM-9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면 되었다. 그렇지만 AIM-9 초기형 역시 팬텀이 최대 선회로 급기동하는 중에는 발사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었다(AIM-7은 이 제약이 더 심했으므로 근거리 격투전에서 쓰기에는 더 부적합했다).
 게다가 이 초기형 AIM-9 미사일은 적기의 뒤로 돌아가야만 쏠 수 있었다. 미사일이 적기의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열을 찾아서 쫓아가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적기가 구름에 숨어버리면 배기열을 잘 찾지 못했으며 또 태양빛이나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적기의 엔진 배기열로 잘못 알고 쫓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또 적기와 거리가 수백m 이내 정도로 너무 가까워지면 미사일이 충분히 가속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회피기동을 하는 적기를 놓치기 일쑤였다. 이 정도 거리에서라면 기관포로 적기를 공격할 수 있겠지만 기관포가 없는 F-4B, F-4C 팬텀은 적기와 다시 거리를 벌리거나 아니면 적기가 회피기동을 하지 않도록 운에 맡기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미군은 팬텀의 SUU-16/A 기관포 포드를 달기 시작했다. 이 포드에는 M-61 20mm 기관포와(흔히 발칸이라고 부른다) 탄약 1200발이 들어있었으며. 기관포를 작동시키는 모터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R.A.T (Ram Air Turbine : 외부로 돌출되어 비행기가 전진하면서 불어오는 맞바람으로 동력을 만드는 일종의 풍력발전용 바람개비)을 사용했다.
팬텀은 이 기관포 포드를 달면서 무게가 늘고 공기저항도 커져 기동성이 약간 줄어들었다. 또 이 기관포 포드는 동력원으로 팬텀이 비행하면서 생기는 맞바람을 사용하다보니 팬텀의 비행속도가 최저 640km/h는 되어야 제대로 작동을 했다. 격렬한 근접 격투전을 벌일 때는 이보다 속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므로 이 최저속도 역시 큰 제약이었다. 물론 팬텀 조종사들 입장에서는 이런 제약들을 감수하더라도 기관포 포드를 다는 것이 미사일만으로 적기를 상대하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F-4D, 배웠다면 실천을 
 미 공군은 베트남에서 F-4C를 운용해보면서 실전을 통해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필요 없는지를 배웠다. 배운 것은 빠르게 실천해야 하는 법. 1966년부터 미 공군에 배치된 F-4D는 F-4C의 문제점을 고쳤으나 대부분 외부보다는 내부전자장비에 한해서 수정이 이뤄졌다.
 먼저 레이더를 APQ-100에서 AN/APQ-109A로 바꿨다. 이 레이더는 이전 것에 비해 더 작고 가벼운데다가 고장률도 더 적었다 (베트남의 습한 날씨 때문에 전자장비들이 생각보다 잘 고장났다). 기수 부분에 있던 AAA-4 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치는 생각보다 별 효용성이 없다고 판단, 제거했다. 그러나 곧 기수 부분에 다시 작은 돌기물이 설치 되었는데, 이 안에는 AAA-4 대신 적 레이더 전파를 수신하는 ALR-25 혹은 ALR-26 레이더 경보 시스템의 안테나가 자리잡았다.
한편 F-4C에서는 AIM-4 팰콘 공대공 미사일 사용능력을 남겨두었으나, 이 미사일이 구식이 되면서 F-4D에서는 운용을 위한 시스템을 빼버렸다. F-4D는 지상공격을 위한 시스템도 대폭 개량되었는데, 미 공군이 F-4C를 도입할 때부터 팬텀을 공중전뿐만 아니라 지상공격용으로도 많이 활용할 생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AN/ASQ-91 무장 투하 컴퓨터는 항공기의 속도, 고도 등과 레이더로 탐지한 지상 목표물의 거리, 위치 등을 고려해 조종사에게 언제 폭탄을 투하하면 명중할지를 알려줬다. 이는 조준경을 보면서 거의 조종사의 감만으로 폭탄을 투하해야 했던 종전 방식에 비해 엄청난 발전이었다.

 

또 F-4D는 F-4C가 사용하던 AGM-65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 이외에도 GBU-8 TV 유도 폭탄이나 각종 레이저 유도폭탄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이들 지상 공격용 무기들의 운용을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AN/ASQ-152 페이브 스파이크 (Pave Spike)등 다양한 레이저 목표 조준용 장비를 탑재했다. 기관포 포드는 더 개량된 SUU-23/A를 사용했다.
 이 기관포 포드 안에 들어 있는 M-61 기관포는 공군의 명칭상 GAU-4/A라고 불렀는데, 다른 M-61 기관포 종류와 달리 외부에서 전원을 넣어줄 필요가 없었다. 총알이 발사되면 발생하는 가스의 힘을 이용하여 기관포를 작동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R.A.T을 쓸 필요가 없으므로 SUU-16/A에 비해 공기저항도 더 줄었으며 무엇보다도 최저속도 제한이 사라졌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F-4D에는 개량된 기관포와 함께 기관포 조준용 시스템도 추가되었다. AN/ASG-22 광학 조준기는 현재 팬텀의 비행상태와 레이더로 조준된 적기의 비행정보를 가지고 계산, 어느 지점을 조준해서 예측사격을 해야 현재 조준한 적기를 맞출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기관포탄이 날아가는 시간동안 적기도 움직이므로, 적기가 움직일 방향에다 기관포를 쏴야 한다. 이를 예측사격이라 한다). 하지만 미 공군은 F-4D만으는 만족할 수 없었으며, 더 새로운 팬텀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본문에서 나온 각종 폭탄과 목표지시용 포드에 대해 설명을 좀 더 하면 다음과 같다.   
페이브 웨이(Pave Way) 레이저 유도폭탄
 베트남전 때 사용한 대표적인 레이저 유도폭탄으로는 페이브 웨이가 있다. 페이브 웨이 시리즈 중 GBU-10은 2000파운드(약 900kg)급, GBU-11은 1000파운드(450kg)급이며 GBU-12는 500파운드(약 230kg) 급이다. 이들은 각각 Mk.84(2000파운드급 일반 폭탄), Mk.83(1000파운드급 일반 폭탄) Mk.82(500파운드급 일반 폭탄)의 몸체에 유도용 장치를 덧붙이는 식으로 조립한다.
이 폭탄은 레이저 유도 방식인데, 이는 목표물에 레이저를 조준하고 레이저 유도폭탄을 떨구면 페이브웨이 앞쪽에 있는 레이저 탐색기가 레이저를 비추고 있는 방향을 찾는 방식이다. 그리고 유도 조종장치가 이 정보를 가지고 앞쪽의 조종용 날개를 움직여 폭탄이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하도록 폭탄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준다(당연한 이야기지만 터무니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폭탄을 떨궈도 폭탄이 알아서 목표물을 찾아가는 수준은 아니다).
 목표물에 레이저를 조준하는 것은 폭탄을 떨구는 전투기가 직접 할 수도 있지만, 동료 전투기나 기타 항공기가 대신할 수도 있다. 심지어 지상군이 레이저 조준기를 이용해 목표를 대신 조준해 줄 수도 있다. 빠르게 비행하는 전투기는 지상의 목표물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이렇게 지상군이 목표를 정확히 파악해서 조준해주거나, 느리게 비행하는 항공기가 대신 목표를 조준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다. 다만 명중하는 순간까지 누군가 레이저로 유도해주지 않으면 명중률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동하는 목표물이라고 해도 이동방향에 따라 정확히 레이저로 조준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물뿐만 아니라 차량 같은 이동 목표용 공격에도 많이 쓰였으며 현재도 각국이 개량형인 페이브 웨이2, 페이브 웨이3 등을 운용중이다.

GBU-8, GBU-9 TV 유도폭탄
 이 폭탄 앞에는 일종의 카메라가 달려있는데, 후방석의 승무원은 이 카메라로 목표물을 살핀다. 그러다가 목표물을 지정한 다음 투하하면 폭탄은 지정된 목표를 향해 스스로 날아간다. 물론 로켓같은 추진 장치가 없는 폭탄이므로 정확히는 떨어지면서 방향을 조금씩 바꾸는 정도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일반적인 폭탄에 비하면 훨씬 높은 명중률을 보였다. GBU-8은 2000파운드급 폭탄인 Mk.84의 폭약이 들어 있는 몸통을 그대로 두고 여기에 유도장치를 덧붙이는 형태로 조립되며, GBU-9은 M118 폭탄(3000파운드 급, 약 1400kg)의 탄체를 이용했다. 베트남전 당시에 팬텀은 GBU-8은 실전에서 쓴 적이 없으며 GBU-9만 사용했다. 이 TV 유도 폭탄은 이후.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해 야간에도 쓸 수 있는 GBU-15가 등장하면서 퇴역했다

AGM-65 TV유도 공대지 미사일 매버릭(Maverick: 이단자)
 AGM-65 매버릭은 GBU-8과 마찬가지로 유도 방식으로 카메라를 사용한다. 매버릭은 GBU-8에 비하면 파괴력은 더 적었지만 대신 로켓으로 추진되는 미사일이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20km 이상 떨어진 먼 거리에서도 지상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었다. 다만 실제로는 목표물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10km 정도까지는 접근해야 했다. 특히 이 미사일은 이동하는 목표물도 정확히 쫓아가므로 전차, 장갑차 및 기타 차량 공격용으로 많이 쓰였다.
 AGM-65도 버전이 매우 다양한데, 베트남전 이후에는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하는 AGM-65D, 폭약량을 늘린 AGM-65F, AGM-65G, 레이저 유도방식을 사용하는 AGM-65E 등이 개발되었다. 현재도 미군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사용중인 단거리 공대지 미사일이다.

 

AN/ASQ-153 페이브 스파이크(Pave Spike)
 페이브 스파이크는 레이저 조준용 장비다. 전체 시스템은 AN/ASQ-153 페이브 스파이크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AN/AVQ-23이라는 항공기 외부에 장착하는 포드와, 항공기 내부에 들어가는 몇 가지 장비로 구성된다. 외부에 장착하는 포드의 머리 부분에는 여러 각도로 돌아가는 TV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팬텀 후방석의 승무원이 조종용 스틱을 가지고 이 카메라를 움직일 수 있다. 레이저 유도 폭탄을 떨어트릴 준비가 되면 후방석 승무원은 카메라 영상을 조종석에서 보면서 목표물을 찾고, 계속 카메라가 목표물을 비춘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레이저를 켜면 레이저가 목표물을 비추게 되며, 앞서 설명한 대로 레이저 유도폭탄은 이 레이저가 만들어내는 레이저 점을 찾아간다.
 한편 레이저를 이용해서 목표물까지의 거리도 측정할 수 있었는데, 이 거리 정보를 가지고 폭탄 투하 타이밍을 재는 컴퓨터에 정보를 주어서 일반 폭탄을 투하하는 자료로 쓸 수도 있었다. 다만 페이브 스파이크의 카메라 및 레이저 조준기가 장착된 머리 부분은 회전각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목표에 폭탄이 명중하기 전까지는 전투기의 자세를 크게 바꿀 수 없었다. 또 후방석 승무원이 수동으로 계속 목표물을 조준하는 방식이었으므로 급기동을 하게 되면 목표를 화면에서 놓쳐버릴 수 있었다. 팬텀은 페이브 스파이크를 동체 아래의 앞쪽에 있는 스패로우 발사대에 달 수 있다.
(출처: http://www2.airforce.mil.kr:7777/webzine/special/view_article.jsp?bid=2002&aid=4307&page=1
주간 공군웹진 공감 / 필자 이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