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해병

[영화 속의 해병] 옛날엔 천하무적, 요즘엔 코믹 '돌아오지 않는 해병' '5인의 해병' 귀신 잡는 해병'등 작고한 장동휘·황해·최무룡·독고성씨 등이 단골 '해병 배우'

해병은 우리나라에서나 할리우드에서나 그동안 무수한 영화의 소재로 다뤄졌다. 극한상황에 맞서는 해병의 훈련과 전투가 영화의 극적인 요소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해병대를 소재로 한 영화는 1960년대 우후죽순격으로 만들어졌다. 1950년의 통영상륙작전을 비롯, 무수한 신화를 남긴 해병대의 무용담에다 반공을 기치로 내세운 사회 분위기가 더해진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해병영화는 해병대 홍보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정형화한 해병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서울예술대 교수로 있는 김기덕(71) 감독의 ‘5인의 해병’(1961)을 필두로 해 28만명의 흥행신화를 기록한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해병특공대’(1965) ‘신화를 남긴 해병’(1965) ‘귀신 잡는 해병’(1966) ‘특공대와 돌아오지 않는 해병’(1970) 등 제목만 보더라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당시의 고전적 해병 영화에는 단골 스타들이 많았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주연으로 일약 스타가 된 고 장동휘(1920~2005)씨는 ‘신화를 남긴 해병’, ‘특공대와 돌아오지 않는 해병’에 출현하여 많은 사람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었다.   또한 체구는 작았지만 당찼던 모습의 고 황해(1922~2005·가수 전영록의 부친)씨도 ‘5인의 해병’ ‘귀신 잡는 해병’ ‘특공대와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에 출연, 대표적인 ‘해병대 배우’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배우 최민수씨의 부친인 고 최무룡(1928~1999)씨도 ‘5인의 해병’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에 출연했고, 인상파 배우이자 배우 독고영재의 부친인 고 독고성(1929~2004)씨도 ‘5인의 해병’에 등장했다.   이후 해병대를 직접 소재로 한 영화는 한동안 뜸해졌는데 1990년대 이후 해병대가 등장한 영화로는 이병주 감독의 ‘해병묵시록’(1995)을 꼽을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 및 중공군과 맞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해병대원들이 유엔사령부의 명령에 따라 원산의 북한군 화학연구소를 파괴하는 무용담을 담은 영화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규모와 제작비로 주목을 받았었다.   2004년 베를린 영화제와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석권한 김기덕 감독은 해병 부사관 출신답게 자신의 해병 생활을 토대로 ‘해안선’(2002)을 연출했다. 톱스타 장동건을 정신이상의 해병대원으로 만든 이 영화는 예비역 해병들로부터 “비약이 심하고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미남스타 장동건이 ‘돌격형 머리’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됐었다. 김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2001)에는 여대생 선화(서원)에게 강제로 키스를 한 깡패 두목 한기(조재현)가 3명의 해병에게 무자비하게 짓밟히는 장면을 집어넣기도 했다.   ‘달마야 놀자’(2001)에서는 ‘680기 불곰’과 ‘654기 대봉스님’의 해병대 기수발을 영화적 재미로 버무려 웃음을 자아냈는데, 이처럼 최근 한국 영화에서 해병대는 웃음을 주는, 가벼운 이미지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학생의 성과 사랑을 주제로 화장실 유머를 선보인 ‘색즉시공’(2002)의 은식(임창정)과 성국(최성국)은 해병대 선후임 사이이고, ‘귀신이 산다’(2004)에서 ‘귀신 잡는 해병’이라 자부하던 필기(차승원)는 처녀귀신 하나 잡지 못한다. 또 ‘어린 신부’(2004)의 상민(김래원)은 팔각모를 뒤집어쓰고 정체불명의 야전상의를 입은 채 코믹한 예비역 해병의 모습을 보여준다(실제 해병대의 야전상의에는 부대마크는 물론 계급장도 없다). 급기야 해병은 ‘그때 그 사람들’(2005)에서 주 과장(한석규)이 해병대 동기인 청와대 경호처장을 쏴야 하는 운명적인 주인공으로까지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