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 -14- 해군·해병대 창설 손원일 제독
해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군을 말할 때 손원일 제독을 빼고는 얘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광복 후 제일 먼저 군사단체를 만들어 국가방위를 예비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중국 상하이 중양(中央)대학교 항해학과를 나온 그는
외국 상선 항해사로 일하다 광복 바로 다음날인 1945년 8월 16일 서울에 도착했다.
그날은 조선총독부가 여운형 선생에게 치안을 넘겨준 날이고,
그 다음날은 건국준비위원회(건준)가 발족된 날이었다.
건준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사회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저마다 우국지사요, 국방의 전위였다.
광복군 출신은 그들대로 군사단체를 만들고,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도 끼리끼리 사조직을 만들어
실권을 잡으려 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손제독은 8월 21일 해사대(海事隊)를 결성했다.
장차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해군을 창설하려는 원대한 꿈의 발현이었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25번지, 옛 충훈부 터가 해방병단 탄생지다. 근래에는 신민당 당사였던 건물에
해사대 간판을 걸었다. 지금 그곳은 가로공원으로 꾸며져 있는데
근래 해방병단 창설지 표지석이 세워졌다.
뜻을 같이하는 정긍모·한갑수·석은태 같은 동지들과 힘을 합치고
조직을 합쳐, 해방병단으로 발전시킨 날이 45년 11월 11일이었다.
발족식을 이날로 잡은 데는 심오한 뜻이 있다. 선비 사(士)자 두 자가 겹치는 날을 택한 것이다.
아라비아 숫자 11월을 한자로 내려 쓰면 선비 士가 된다. 1
1일을 또 그렇게 쓰면 두 개의 士가 된다.
오늘날 해군창설 기념일은 이렇게 태어났다.
선비사가 겹쳤다고 우리는 이날을 쌍사절(雙士節)이라 부른다. 그날 오전 11시에 기념식을 거행했으니
삼사절(三士節)이라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유쾌하게 웃기도 한다.
손제독이 해군에 유독 신사도를 강조한 것은
오랜 상하이 생활과 외국상선 항해사 생활을 통해 영국·독일 등
선진외국 해군에게서 느낀 감명 때문이었다.
특히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약자를 먼저 구하고 자신은 희생을 감수한
영국해군의 젠틀맨십에 매료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경위로 그는 해군에 무용·성실·명예·신의·약자 보호라는 신사도 덕목을 강조하게 됐다.
창단식이 끝난 다음날 손제독은 단원 70명을 인솔해 진해로 내려갔다. 단원들을 훈련시키고
바다를 지키는 실무에 착수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보급문제 때문에 도착 직후부터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숙소도 없고 끼니마저 굶게 되자 단원들은 당장 서울로 돌아가겠다면서 소동을 부렸다.
손원일을 데려오라고 야단이었다.“여러분의 불평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돌아가겠다는 사람은 막지 않겠소. 앞으로도 이런 고난은 계속될 것입니다.
해군 건설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당분간,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는
지난날 독립군과 같은 희생정신으로 뭉쳐야합니다.”
그렇게 해서 반수 가까운 33명이 돌아가고 37명이 남았다.
남은 사람들은 손제독의 연설을 듣고 인품을 믿었다.
진해항 옛 일본군 항무부 건물 한구석을 차지하고부터는 험하나마 숙소 문제가 해결됐고,
식량이 생기는 대로 보리밥이며 밀가루 죽을 만들어 먹였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원조 밀가루를 배정받아 좀 사정이 나아졌지만 절약을 위해 봄에 쑥을 뜯어다가
수제비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그런 고생 끝에 해가 바뀌어
46년 1월 14일 해방병단은 정식 군사단체로 인정받아 국방사령부 예하단체로 편입됐다.
적으나마 예산이라는 것이 책정돼 극도의 궁핍을 면하게 됐다.
그 고난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해군·해병대 창설은 한참 늦었을 것이고,
그나마 수동적으로 이루어져 오늘날과 같은 전통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공정식 前 해병대사령관/정리= 문창재·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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