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거리 폭격기 B-52H(스트래토포트리스)가 6일 한반도에 출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핵심 전략 자산인 핵 추진 잠수함 스프링필드(SSN 761)과 북한 저고도·고고도 미사일을 동시 요격할 수 있는 미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라파엘 페랄타(DDG-115)함이 최근 각각 부산·제주 기지에 기항한 데 이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전략자산이 또 한반도를 찾은 것이다. 7차 핵실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한미 군 당국이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속속 전개하며 대북 억제 정책을 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는 지난달 말 펜타곤과 킹스베이 전략핵잠수함 기지에서 ‘핵우산’ 도상 훈련을 벌이며 “핵 무력을 쓰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며 강력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6일 오후 2시 현재 미 장거리 폭격기 B-52H가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공군 전투기와 함께 연합공중훈련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F-15K 등 한미 항공기가 편대비행 하면서 폭격기를 호위하는 형태인 것으로 보인다.
B-52의 한반도 전개는 지난해 12월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펜타곤에서 마치고 미 공군 기지에서 시찰한 전략자산도 B-52H였다. B-52는 1952년 처음 비행한 미국 최장수 전략폭격기로, 현재 H형까지 나온 개량형이 활동 중인 현역이다.
B-52와 B-1B, B-2 등 미국의 현존 3대 폭격기 가운데 B-2와 함께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다. 미군이 신형 B-21 폭격기를 공개한 이후에도 B-52는 예상과 달리 현역 활동이 연장될 전망이다.
사거리 200㎞의 공대지 핵미사일을 비롯해 최대 31t 폭탄을 싣고 6400㎞ 이상을 날아가 목표물을 폭격한 뒤 복귀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기다.
이날 B-52의 전개는 오는 13∼23일 예정인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를 일주일 앞두고 시행됐다. 북한이 한미연합연습을 빌미로 도발을 기도하기 전에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 의지를 보이겠다’는 한미 군 당국의 합의 사항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은 한국에서 현재 수준의 미 전략자산 운용 방식으로는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핵우산’ 정책을 펴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3일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로 전개해 한국 공군 F-15K, KF-16 전투기와 연합공중훈련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훈련에는 최강 무인공격기로 꼽히는 MQ-9 ‘리퍼’도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4일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B-1B와 MQ-9 연합훈련을 거론하며 “미국과 남조선은 위협적인 수사학적 언동과 군사적 시위성 놀음으로 조선반도(한반도) 지역 정세를 극도의 위험 수준으로 가열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미는 이외에도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함(SSN 761·6000t급), 알레이 버크급 최신 이지스 구축함 라파엘 페랄타함(DDG-115)을 최근 국내로 전개했다. 이달 말에는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CVN-68)의 부산 입항도 추진 중이어서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는 더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 소식통에 따르면,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해군 대장)은 지난달 24일 우리 정부 측에 “북한이 태평양 지역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면 즉각 격추할 것”이라며 강력 대응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애퀼리노 사령관은 북한 김여정이 지난달 20일 ‘태평양을 북한 사격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담화를 낸 것에 대해 “정말 미친 발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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