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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자료

해병대 회고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25- 대한해협 해전 1

by 충실한 해병 2023. 4. 5.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25- 대한해협 해전 2


1000톤이 넘어 보이는 괴선박 갑판에는 완전무장한 병력이 빼곡히 타고 있었다.
선수와 선미에는 57㎜ 포가, 갑판 곳곳에 중기관포가 장착돼 있었다.
완전무장한 적병들의 복장으로 보아 상륙군임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목적지는 뻔했다.
부산을 노린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멀리 돌아서 내려올 이유가 없다. 적선이 틀림없다는
백두산함 보고를 받은 해군본부의 결정으로
작전이 시작됐다.


전원 전투배치가 완료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거리 3000. 철갑탄 준비” 명령이 떨어졌다.

“꼭 맞아야 한다. 꼭 맞혀야 해. 부탁한다!”

3인치 포탄 장전수는 사람에게 하듯 포탄에 키스하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장전완료 보고에 이어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 26일 0시 30분이었다.
괴선박의 정체를 확인하고 본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 것이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였는지 첫 발은 바다에 떨어진 것 같았다.
침로를 돌려 적선에 접근해 가는 사이 두 번째 발사명령이 떨어졌다.

“거리 1500. 발사.”

함체를 뒤로 젖히면서 날아간 포가 적선의 메인마스트에 명중돼 분질러진 것이 확인됐다.
백두산 갑판 위에 “만세” 함성이 진동했다.

그 순간 적선도 우리 배를 찾으려는지 서치라이트가 켜졌다.

“저 불빛을 겨눠라.”

최용남 함장의 지시에 따라 백두산함은 더욱 적선에 접근하면서 서치라이트를 겨냥했다.
600야드 앞까지 접근해 발사한 포탄이 또 명중됐다.

그 순간 적선에서 맹렬한 반격이 시작됐다. 도망치기를 단념하고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어두운 바다에 함포 불빛이 붉게 물들고 새빨간 기관총알이 빗발처럼 날아다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두 발의 치명타에 기관총 세례까지 받은 적선은 마침내 선체가 기울기 시작했다.
선수부터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항에 상륙시키려던 수백 명의 특공대원을 모조리 수장시키는 순간이었다.
백두산함에도 피해가 있었다. 적탄 한 발이 명중돼 수병 둘이 전사하고 조타실이 크게 부서졌다.

첫 해전에서 눈부신 전과를 올린
백두산함은 전사자 유해와 몇몇 부상자를 포항기지에 내려놓았다.
목적지 묵호로 올라가는 길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됐다.

<동해안의 우리 해군부대는 25일 밤 11시 4분쯤, 부산 이남 20리 지점 전면 해상에서
600톤급 국적 불명의 선박 1척을 발견, 신호했으나 불응하므로 접촉한 결과 무장군인을 가득 태운
소련 선박임을 확인했으며, 그 선박이 남하를 계속하므로 우리 해군은 즉시 공격을 개시해
26일 새벽 4시쯤 격침시켰다. 그 선박에 탄 공비는 600명이고, 37 및 57㎜ 포로 무장돼 있었다.>

당시 국방부 보도과 전황 발표문은 이렇게 돼 있다.
이 작전의 중요성을 인식한 미국은 함장 최용남 중령에게 은성무공훈장을, 기관장
신만균 소령에게 동성무공훈장을 수여했다. 한국 정부도 최함장에게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해 공을
치하했다.

맥아더 사령부 정보요원 노만 존스는 훗날 저서 ‘한국전선’에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대한해협 해전의 승리는 한국전쟁의 분수령이 됐다”고 평가했다.

<공정식 前해병대사령관 정리=문창재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