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간부와 병사의 두발 규정을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태성(왼쪽) 해병대사령관의 두발이 일선 해병대만큼 짧다. /뉴시스
고대 스파르타 정치가 리쿠르고스는 병사들에게 장발을 권유했다. ‘긴 머리를 하면 미남은 더 아름답게 보이고, 추남은 더 무섭게 보인다’는 것이다. 스파르타 군대가 페르시아와 결전을 앞두고도 태연히 머리를 손질하는 모습은 영화에도 등장한다. 그런데 다음 세대인 알렉산더 대왕은 짧은 머리를 강조했다고 한다. 적에게 머리카락을 잡히면 백병전에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로마 군단도 비교적 짧은 머리를 유지했다.
▶얼굴 옆으로 땋아 내린 머리를 ‘카드네트(cadenette)’라고 한다. 18세기 프랑스 군인들 사이에 유행했는데 유럽 기병들이 자주 하던 헤어스타일로 알려졌다. 영국 육군은 긴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 꽁지 머리로 묶는 ‘큐 헤어(queue hair)’ 규정이 있었다. 영국 해군도 머리를 땋았다. 그런데 자주 감기 어려운 머리에 이가 들끓고 쥐까지 덤비는 등 위생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서 장발 규정은 없어졌다.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이후 ‘단발’이 세계 군대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군인 두발이 짧으면 다친 머리의 상처를 찾고 치료하기가 쉽다. 방독면을 신속하게 쓰고 얼굴에 틈이 없도록 밀착하기도 좋다. 해군 앞머리가 육군보다 길어도 봐주는 것은 바다에 빠졌을 때 머리카락을 잡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한다. 미군의 턱수염 금지 규정도 철모의 턱 끈을 매는 데 방해가 없어야 한다는 취지다. 군대에선 멋보다 효율이 우선이다.
▶우리 국방부가 간부와 병사의 두발 규정을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머리 3cm 스포츠형’인 병사 두발을 장교·부사관처럼 가르마를 탈 수 있을 정도로 기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왜 간부만 머리를 기르느냐”는 신세대 병사들의 항의가 거셌기 때문이라고 한다. 샤워 시설이 잘 갖춰진 요즘 군대에서 병사만 ‘밤톨 머리’를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국가인권위도 병사들 손을 들어줘 두발 개선을 권고했다.
▶올 초 미 육군이 여군 두발·복장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머리 길이 제한을 없앴고 땋은 머리, 말총머리도 허용했다. 귀걸이와 매니큐어, 립스틱 사용까지 풀었다. 민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후 전투력이 약해졌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미군은 “병사의 경험과 배경을 수용하는 신뢰 문화”를 강조했다. 병사들 개성을 존중해 잠재력과 자발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전투력 향상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훈련 안 하고 머리 손질에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한국군도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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