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총3편이면 제가쓴것이아니라
"대한민국해병대군장연구소의
마스터 "이동훈"님의 레포트를 게시합니다
이 글은 대한민국 해병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앞으로의 나아갈 길을 어설프게나마 제시해 본 것으로서, 본인의 정치외교학과 전공수업시간에 레포트로 제출했던 글입니다. 여러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앞으로 며칠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연재하고, 여러분의 자발적인 대화와 토론을 유도해 볼까 합니다^^
1. 서론 : 왜 해병대인가?
처음에 필자가 '대한민국 해병대'를 연구주제로 채택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었다.
'너 해병대 출신자냐?'서부터(사실 필자는 해병대 출신자도 아니다), 필자의 출신성분을 알아보면 해병대 출신도 아니면서 왜 그 부대에 대해서 논하느냐고 묻는다.
사실 최근 들어 해병출신이 저지른 상봉동 한빛은행 총기강도사건이나, 해병 2사단 분신자살 사건 등의 일들 탓에 해병대의 대외적 위상은 크게 실추되어 있다. 또한 예전에도 해병대는, 좀 심하게 말하자면 일부 민간인들에게 '정상적인 수단으로 통제 불가능한 극도의 악과 깡, 폭력성으로 완전 무장한 정신병자들의 집단'정도로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며, 그것이 해병대의 여러 측면 중 하나라는 것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외교학과에서 안보문제에 대해 논하고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소시민적인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여, 좀더 냉정하고 대국적인 측면에서 사고할 줄 알아야 한다. 해병대는 근본적으로 볼 때 결코 사교집단도, 정신병자들의 모임도 아닌, 한국의 국가안보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대한민국 국군의 한 부대이다. 또한 육군의 특전단과 더불어 한국의 여러 군 부대 중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성격이 강한 부대이다. 대부분의 전력이 방어적 전력인 한국군의 현실 속에서 해병대와 같은 공격성이 강한 '국가전략기동부대'의 존재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 하에서 최소한 북한 육군 8개 사단을 해안방어에 묶어 놓고 있으며, 북한과의 대치상황이 해소되더라도 주변국에 대한 공세적 방어전력, 즉 우리 나라의 국토가 침략을 받았을 때 전략예비군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인천상륙작전때처럼- 해병대의 존재는 결코 한국의 안보문제를 논하면서 가볍게 짚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해병대 역시 한국 군대-일본군 출신 간부들에 의해 창설되어 미군의 원조에 의해 이룩된-이므로, 해병대의 문제는 한국 군대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 평소 필자의 지론이다. 구 일본해군 육전대 마크와 미국 해병대의 마크가 기묘하게 뒤섞인 한국 해병대의 마크, 곤조(根性:근성의 일본식 발음), 츄라이(tray:식기), 실잠바(field jumper라는 영어의 와전;타군의 야전상의에 해당)등 '오리지널'영어와 일어식 군사용어가 해병대 창설 5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여과없이 쓰이고 있는 해병대의 언어생활만 봐도 그러한 문제점은 피부에 와 닿는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 해병대의 창설 과정, 오늘날까지의 역사, 현 실태와 앞으로의 전망 등을 논해보려고 한다.
2. 본론 : 대한민국 해병대의 어제, 오늘, 내일
1)해병대 일반론
대한민국 해병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일단 '해병대'라는 군대의 확실한 성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의외로 많다-을 위해, '해병대란 어떤 군대인가?'라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해병대를 제대한 사람들 중에도 해병대의 성격을 명쾌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해병대는 '해상세력(해군)의 전투력을 육지로 투사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해군의 지상전투부대이며 육군의 보조 부대'라고 말할 수 있다. 나라에 따라서는 해군 육전대(구 일본군), 해군 보병(러시아군, 구 독일군) 등으로 다르게 불리우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용어의 차이에 불과하다. 여기서 특히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개념이 바로 '상륙'이라는 것이다.
병기의 성능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에도, 아무리 성능이 좋은 군함을 가지고 있어도 군함만으로는 결코 해상세력이 육상세력과 싸워 완벽한 승리를 다질 수 없다. 치열한 포격 하에서도 적은 무너진 잔해 속에 숨어 끝까지 저항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적지의 적 병력을 일소하고, 적지를 완벽히 아군의 손에 장악하려면 군함에서 출격하여 적지로 상륙하는 해군 소속의 보병부대가 필요해진다. 이것이 바로 해병대라는 군대의 성격과 한계를 규정지워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초반부에서도 묘사된 바와 같은 손실률이 극히 높은 적지에서의 처절한 상륙작전을 승리로 이끌려면 랭카스터 제2법칙(수가 많은 편이 이길 확률이 높다는)을 뒤집을만한 뛰어난 전투력이 필요한 것이며, 이러한 뛰어난 전투력을 얻기 위한 강도높은 훈련과 고도의 정신무장, 자만심에 가까운 자부심, 거의 종교적인 수준으로 발전한 애군심, 육군적 해군적 요소가 뒤섞인 해병대의 조직문화 등은 어느 나라의 해병대에나 공통적인 필수과목이 되어 있고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해병대만의 성격을 특징지워주고 있다.
하지만 해군이 수송해 주어야 전쟁터로 갈 수 있고 상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해군이 없으면 결코 그 전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해병'군'이 아닌 해병'대'(군사조직의 호칭에서 대(隊)는 군(軍)보다 하부조직이다)의 한계이다. 하늘마저도 전쟁터로 변해버린 현대에는 항공전력(공군)의 성공적인 지원 또한 해병대의 작전성패에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성 때문에 전 세계의 해병대 중 가장 독립적인 정치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해병대 조차도 해병성(미 국방부의 조직 중 해병성이라는 것은 아예 없다)이 아닌 해군성 밑에 소속되어 있고, 미국의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동급인 4성 장군(대장)인 미 해병대 사령관도 전시에조차 원수로 진급할 수 없다.
상륙작전의 역사는 고대 그리이스 시대때까지 거슬러올라가지만, 육군이나 해군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확보한 근대적인 해병대는 17세기 중엽에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제일 먼저 창설하여 식민전쟁의 선봉에 투입하는데, 이것만 보아도 해병대라는 군대의 공격적인, 그리고 전략적인 성격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식민지 시대가 붕괴된 이후의 냉전시대에도 당시의 세계의 양대 맹주였던 미국과 소련은 각각 강력한 해병대를 보유하여 자국의 이익이 걸린 곳에 최우선적으로 투입하였고, 자국과 친한 신생국가 군대에 자기들이 갖고 있는 것과 유사한 해병대를 만들어 주기도 했는데, 물론 그 이유 중에는 냉전이 열전으로 화할 시 더 많은 상륙군 및 전략 예비군 병력을 현지에서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우리나라도 그런 와중에 현대적인 해병대를 가지게 된다.
2)대한민국 해병대의 간략한 역사
한국이 해병대라는 근대적인 상륙군 조직을 갖게 된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철저히 냉전이라는 국제정세적 구도 하에서 이루어졌다.
1948년 10월에 발생한 한국군 내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인 여수 순천 반란사건의 진압에 참가한 해군 임시함대의 함장인 신현준 중령은 상부에
'상륙군이 없어서 반란군을 완전 진압할 수 없었다.'
라는 보고를 하게 되고, 이에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한반도의 특성상 공세적 방어작전에도 유효하게 쓰일 수 있는 현대적 상륙군, 즉 해병대의 필요성을 절감한 해군 참모총장 손원일 제독이 김성삼 대령에게 해병대 창설을 지시하게 되며, 1949년 4월 15일 진해 덕산비행장에서 간부 80명과 병 300명으로 해병대가 창설되고, 같은 해 5월 5일 대통령령 88호에 의해 '해군에 해병대를 둔다'고 정해짐으로서 그 법적인 지위를 획득하였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해병대의 창설 기원은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동서냉전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찾을 수 있고, 공세적인 방어를 위한 성격도 유럽국가 해병대에 비해 다분히 많이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탄생직후의 해병대는 진주와 제주의 공비토벌작전, 1년 후에 벌어진 한국전쟁에서 한국군의 정예부대로서 활약하였고 '귀신잡는 해병', '무적 해병'등의 수식어도 이 때 붙여진다.
휴전 이후에도 해병대는 서부전선에서 수도방위 및 서해5도 방어역할을 오늘날까지 수행하고 있으며 1955년에는 제1상륙사단을 창설하였으나 1961년의 516쿠데타에 김포 주둔 해병대 병력이 한강을 도하하여 서울을 점령하는 등 정치군인들에 의해 잠시 악용되기도 하였다.
1964년에 발발한 베트남 전쟁에 한국군이 파병될 때 해병대 제2여단도 함께 파병되었고, 짜빈동 전투, 승룡작전, 베리아 반도 상륙작전 등을 통해 '신화를 남긴 해병대'로서 명성을 드높였다. 한시적으로나마 해병대 사령관이 타군 참모총장과 동격인 대장 보직으로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베트남 전쟁 때이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돌아온 1973년 박정희 정권은 '경제적인 군 운용'을 명목으로 해병대 사령부를 해군 예하에 통폐합 시켜 버렸고(당시 자주국방을 소리 높여 추진하던 박정권이 이런 일을 일으킨 배경을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해병대 수뇌부와 박정희간의 정치적인 충돌이 있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해병대는 이 와중에도 꾸준히 양적 성장을 거듭하여 1977년 1월 1일 도서방어부대를 모체로 제6여단, 1981년 4월 16일 월남참전 제2여단을 확대 개편하여 해병대 제2사단을 창설하였다.
한편 해체 된지 14년 만인 1987년 11월 1일에 해병대 사령부가 다시 창설되는데, 당시의 민주화 바람을 감안해 본다면 1973년의 해병대 사령부 폐지가 어떤 군사적인 실질적 이유때문이 아닌,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으리라는 것을 또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오늘날의 대한민국 해병대는 본연의 임무인 국토방위 임무 이외에도, UNPKO활동이라던지(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동티모르 사태 때나, 아프간 사태 때도 소수의 해병대원들이 타군과 함께 파견되어 상륙지원이나 경비 등의 임무를 수행하였다), 수재시의 대민지원 등 그 활동영역을 점차 넓혀 나가고 있다. 그러면 다음 장에서는 현재 한국 해병대의 실태와 개선방안을 살펴보기로 하자.
3)한국 해병대의 전력정비 실태와 개선안
*실태
앞서 해병대를 '국가전략기동부대'라고 부른 적이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 한 나라의 해병대는 그 나라의 전략기동 예비군으로서, 고착 상태에 놓인 전선을 일거에 타개할 수 있는 '해결사'적 성격이 강한 부대라는 것이다. 손자병법을 보면 '무릇 전쟁은 정공법으로 마주하고 기공법으로 승리한다'는 구절이 나와 있다. 적들이 탱크를 몰고 와 전선을 형성했다면 우리도 똑같이 지상군을 보내 적 전선이 밀려 내려오는 것을 저지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전황을 승세로 바꾸는데 뭔가 부족함이 있다. 바로 상대방의 허를 찔러 쓰러뜨려야 하는 것이다. 전사에서 그 좋은 예를 들자면 가깝게는 한국전쟁때의 인천상륙작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군에서 그러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부대는 육군의 정예보병부대라던가, 해병대와 같은 특수목적군, 그리고 특전사나 UDT등의 본격적 특수전 부대가 되겠다. 그리고 이러한 부대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강력한 전투력을 확보하기 위해 평시에 충분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해병대는 그러한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는가? 답은 NO에 가깝다. 그 실태를 이제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한국군 전군이 그렇기는 하지만 한국 해병대도 그 편제라던가, 병기체계를 대체로 미국식으로 꾸미고 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어설픈 미국식'인 점이 문제이다. 미국과 같이 방대한 국토와 자원, 인프라를 갖지 못한 한국에 미국식 군사제도를 억지춘향격으로 끼워 맞춰서는 제대로 운용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식 해병대 편제는 마치 육군의 보병사단이나 기계화 보병사단처럼 한 사단 내에 보병, 기갑, 포병등의 제병과를 완비한 체제로 되어 있다. 더군다나 그들의 해병대에는 자체적 제트전투기까지 보유한 강력한 항공단까지 부속되어 있다.
마치 하나의 해병원정단 내에 육해공군 전군을 축소하여 넣은 듯한 이러한 해병대 편제는 오직 미국에만 있는 것이며, 이것은 대륙국가이자 해양국가인 그들의 특성에서 연유한다.
즉 미국 자체는 대륙국가이지만, 대서양과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그들은 일찍부터 먼 바다 너머로도 자신들의 힘을 투사시켜 왔고, 따라서 육군이나 공군이 빨리 갈 수 없는 곳에도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해병대를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는(몽고나 스위스 등의 내륙국은 예외)바다로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배를 타고 가면 하루이틀 내에 가지 못할 나라가 없다. 그렇다면 그 배에 강력한 지상병기와 항공병기를 장비한 해병대를 태워 보낸다면 전개에 시간이 걸리는 육군이나 공군보다도 더욱 빠르게 미국의 힘을 투사시킬수 있는 것이다.
현대의 미국 해병대는 그러한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의 이익을 전 세계 어디라도 먼저 가서 수호하는, 좀 심하게 말하자면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들인 것이다.
물론 한국 해병대도 미국 해병대의 이러한 편제를 본받아, 한국군의 해병사단 내에도 보병, 포병, 기갑등의 제병과가 골고루 망라되어 있다. 그리고 현대 상륙전 교리에 대비해 해병대 전 보병병력을 3등분하여 공수, 유격, 기습특공(IBS)대로 특화시켜 운영하고 각 사단/여단급 부대마다 수색대대, 혹은 수색중대를 운영중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밖에 안 되는 것이 한국 해병대의 현실이다.
일전에 '미해병대 없으면 쪽도 못쓰는 한국 해병대!'라고 해병대를 비판하던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 해병대는 해군 상륙함 전력의 부재로 인해 상륙 가능한 인원은 불과 4~5000명 정도에 불과하고, 2만5천명에 이르는 병력을 모두 가지고 정규상륙작전을 벌일 능력이 없는 해병대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병대가 한꺼번에 가진 병력의 50%가량을 상륙시킬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상륙함 뿐이랴? 현대적 상륙전 교리에서 병력의 신속한 전개를 이루어야 할 항공전력 쪽을 보면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물론 한국 해병대 내에도 항공단은 있으나 그들의 규모는 상륙전에 필요한 대규모 병력을 한꺼번에 상륙시키기에는 너무나 적은 것이며 평소에도 상륙전에 대비한 훈련등은 잘 하고 있지 않다. 경험자의 증언에 의하면 '과업이래봤자 대개는 비행기 광만 내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병대의 상륙훈련이나 공수훈련 등에 해병대의 작전에 대해서 비교적 덜 적합한 육해군의 항공기와 조종사를 동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물론 전술기가 극히 부족하여 50~60년대 수준의 주력기인 팬텀이나 제공호 등을 아직도 날려야 하는 타군의 항공전력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해병사단 자체의 무기보급이나, 복지, 급양실태도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해병대 무기 중에서 육군보다 더 좋은 것은 헬멧과 소총 뿐'이라는 해병대의 자조적인 농담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뛰어난 전투보병인 해병대 보병의 전투력을 받쳐주기에는 현대 한국 해병대의 무기들은 너무 부실하다. 기갑전력 하나만 보더라도 60년대 중반에 도입된 M-47탱크를 2000년까지 사용했어야 했고, 그 동안 탱크 한 번 출격하려면 탱크병보다도 더 많은 정비사들이 탱크를 따라다녀야 하는 추태를 연출하여야 했다. 그런 구식 탱크를 교체하는 것 까지는 좋다고 볼 수 있으나 해병 2사단에서는 신형 K-1대신 육군이 쓰다 남은 M-48탱크를 보급하는 해괴한 짓을 벌이고 있다. 육군에서도 K-1이 남아도는 판인데 말이다.
해병출신들의 증언을 모아 재구성해보면 병사들의 전투력과 사기에 무기만큼이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복지/급양실태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튿어진 워커를 신고 돌아다니는 실무병이나, 해군짬밥보다도 형편없는 해병대 짬밥(오죽하면 상륙훈련시 상륙함에 탑승한 해병대원들이 '이 배에서 영원히 있고 싶어'했겠는가),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육군 간부에 비해 한참 늦은 해병대 간부의 진급속도 등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사견이지만 해병대의 배치위치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원래 해병대 1개사단의 정원수는 육군보다도 적다. 하지만 해병 2사단과 6여단은 각기 최전방인 김포와 백령도에 배치되어 육군과 마찬가지로 전방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타군 어디서도 수행하지 못하는 상륙전 훈련을 받은 병사들, 그나마 그 수도 부족한 귀한 병사들을 전방에 배속시켜 보초나 서게 하는 것은 정말이지 엄청난 인력낭비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북한과 개전시 김포지역에 하루에 북한군 포탄 8만발이 낙하한다고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해병이라도 아무 대책이 없다. 오히려 해병은 모두 후방에 배치시켰다가 히든카드로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 해병대를 논하면서 항상 논쟁거리로 부상하는 특수수색대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특수수색대는 해병대 상륙시 상륙 해안에 대한 인공자연 장애물 정찰 및 파괴를 담당하는, 해병대 내에서 가장 특수전 세력에 근접한 병력이다. 그러나 이들을 본격적인 특수부대로 부르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이들이 어떤 심도있는 특수전 훈련을 받기 부족한 시간인 복무기간 26개월짜리 병(한국군의 병은 솔직히 어느 군이건 프로페셔널로 부를 수는 없다)들이라는 사실, 그리고 특전사나 유디티 등에 비해 너무나도 부족한 장비지원 탓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해병 특수수색대는 소속군의 보병 전력을 선도해 나간다는 특수부대의 또 하나의 중요한 임무에 무척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한국 해병대의 제 문제의 원인은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는 미국 해병대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 그리고 한국군 내의 지나친 육군우월주의와 그 우월주의가 상당부분 먹혀들어가게 만드는 막강한 육군강국인 북한과의 대치상황, 독립적 예산권이 없어 해군에서 예산을 타 와야 하는 부족한 예산의 문제 등으로 집약될 수 있겠다.
*앞으로의 개선방향
앞으로 한국해병대가 나아가야 할 길에는 크게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첫 번째로, 정규전에 적합하게 이루어진 현재의 한국 해병대 편제를 더욱 발전시켜 미국 해병대에 거의 준하는 수준의 제병과 연합 해병대를 건설하는 방법과, 두 번째로 해병대라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제한된 특수전 능력을 더욱 발전 심화시켜 영국 해병대처럼 특수부대 위주의 해병대 편제를 갖추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리려면 우리나라의 장래 안보환경에 대한 전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까운 장래에 북한이나 일본, 중국 등과 죽기살기로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필연적인 상황이 도래한다면 그럴 때는 단연 정규전 세력화한 해병대가 유리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방식의 해병대는 평시에 엄청난 예산을 잡아먹는다는 문제가 있다. 냉전시대 공산주의권의 맹주이자 미국을 견제할 유일한 국가로 손꼽히던 소련군의 해병대조차 미국처럼 자체 항공단까지 보유한 '부자군대'는 아니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해상세력(해군)의 상륙수단에 불과한 해병대의 정규전 세력화에는 엄청난 경비와 잉여자원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군대에 팽배한 육군우월주의 등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비싼 해병대를 운영할 자금을 구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해병이 미국의 해병처럼 전쟁을 벌여야 할 기회가 많아서 '본전을 뽑을'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다. 한국 해병대가 창설된 이후 치른 제대로 된 전쟁이래봤자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밖에 없지 않은가.
오히려 베트남 전쟁 이후 한국군의 해외 파병은 UNPKO활동등, 중장비가 덜 필요한 저강도분쟁에 개입하는 역할이 더 많아지고 있다. 더구나 통일 이후 주변 4강과 마주하고, 미국의 영향을 보다 적게 받을 미래를 감안해 본다면 영국 해병대처럼 특수부대 위주의 해병대 편성이 장래를 위해서는 보다 적합하다고 본다. 그렇게 개편한다면 현재보다 병력이 많이 줄어들어야 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동기부여가 잘 되고, 우수한 무장을 갖춘 프로페셔널로 군을 개편한다면 인원감축이 곧바로 전투력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어떤 방향으로 해병대의 발전방향을 잡건 간에,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열악한 현재 해병대 현실의 타개이다.
'상륙군은 단순히 뛰어난 보병전술, 포병전술, 기병전술의 연마만이 아닌, 해병대식 장비와 훈련으로 무장한 바다와 정글의 용사여야만 한다'라고 지적했던 미국 해병대 중령 펫 엘리스의 지적을 들지 않더라도, 어느 시대이건 간에 상륙전투를 수행하는 인원들은 일반 지상전투를 수행하는 인원들과는 다른 특별한 훈련과 장비를 필요로 한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그들을 프로페셔널, 최소한 지상군과는 '분명히 다른'존재로서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도 지적했듯이 현재 해병대의 현실은 육군 정예사단만도 못하다. 아무리 찬란한 해병정신 어쩌구 저쩌구 하고 떠들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 사람의 사기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고, 결국은 뭔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쥐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최소한 육군 정예사단 수준의 장비와 급양, 기타 복지혜택이 해병대에도 제공되어야 할 것이나 언제쯤 그런 날이 올 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또한 전 해병대의 간부화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해병대 내에서 제일 진보된 전투보병인 수색대 만큼이라도 전원을 간부급으로 개편하여 타 해병부대의 전투력을 선도하는 효과를 창출하여야 한다.
더구나 한국적 현실에 알맞는 해병대 병기와 전술의 개발, 정책결정자들의 해병, 더 나아가서는 해상세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현재 한국의 국방정책 기획자들은 현재의 육군 위주의 국방정책에서 탈피하여 KDX함 도입, F-15K도입 등을 통하여 한국군의 작전범위를 보다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것은 해병대의 성공적 상륙작전 수행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해권과 제공권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뜻이며 장차 해병대 입지강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의 해병대도 이러한 타군의 발전추세에 발맞추어 독자적 상륙작전 능력의 확보, 통일 이후를 대비한 독자적 상륙전 교리 및 운영교리의 연구개발, 군 구조의 미래 안보환경에 맞는 개편 등이 요구된다.
3. 결론 : 보다 합리적인 해병대 논의를 기대하며.
대한민국이 현대적인 국가전략기동군인 해병대를 가지게 된 것은 우연찮게도 한반도가 냉전 대결의 최 일선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미군 군사고문관들과 일본군 출신 한국군 간부들에 의해 태어난 대한민국 해병대는 한국전쟁과 월남전쟁이라는 양차 이념 대전쟁을 거치면서 크게 성장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이 그 성립을 도와주었던 박정희 군사정권에 의해 배반당하여 그 정치적 지위가 약해지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지금은 다시 어느 정도의 위상을 회복하였으나 아직도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상륙군으로 가기까지는 참으로 먼 길이 남아 있는 대한민국 해병대의 모습은 한국군,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운명과 숙명, 그 동안 걸어온 길을 우리에게 압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 같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통일 준비기 및 통일 이후의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대한민국의 국가전략하에서 살아남아 우리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한국군대에서 최소최약의 조직인, 그러나 한국군의 강력한 정예부대 중 하나인 해병대에게 차차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졸문이 그에 대한 바람직한 논의의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사족일지 모르지만, 레포트를 마감하면서 왜 주변의 사람들이 이 레포트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이상한 반응을 보였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까지 우리에게는 '제대로 된' 해병대 논의가 너무나도 부족했지 않았나 싶다. 그 동안 이루어진 해병대 관련논의를 보면 해병대 출신들도 그 실체를 명확히 잡아낼 수 없는 추상적이기 그지없는 '해병혼', '해병정신'등에 해병대의 모든 메리트를 다 갖다 붙이고, 해병대니까 무조건 최강이다(혹은 최강이 되어야 한다). 식의 논의들이 너무나 난무했던 것을 보게 된다. 아마 필자를 말렸던 이들도 그런 점을 가장 경계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 지면을 빌려서 말하건대 필자는 결코 그런 꽉 막힌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해병대를 천하무적, 만능의 조직으로 믿고 싶지도 않다. 만약 그렇다면 필자는 이 레포트에서 전군을 해병대로 개편하자고 주장했을 것이다.
오히려 대한민국 해병대라는 군대조직의 실체와 한계를 보다 명확히 자각했을 때에 보다 더욱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해병대 논의를 기대할 수 있다. 넷상에서 떠도는 극단적인 해병대 관련 논의들-해병대 완전 폐지론이나 한국 해병대 4군체제론-은 역으로 말해 그 논객들이 해병대에 대해 얼마만큼 무지한지를 뼈저리게 증거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논의들은 현실성도 없을뿐더러 한국의 국가안보에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다.
냉철한 이성과 따스한 애정으로 해병대, 더 나아가 모든 한국군을 바라보자. 그것이야말로 민군화합의 초석이며, 진정한 자주국방의 시작이라고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서적 및 문헌
-해병사. 최돈수 지음, 돈오사 펴냄, 1994
-한번 해병대는 영원한 해병대. 이선호 지음, 정우당 펴냄, 1997
-해병대 경영. 댄 캐리슨/로드 월슈 공저, FKI미디어 펴냄, 1999
-해병대를 육성하라. 양욱 씀, 군사정보 刊 월간 해군전력 2000년도 10월호.
-Codename Downfall. Norman Polmar/Thomas B Allen 공저, Headlinebooks 펴냄, 1995
-세계최강의 미해병대. 우에다 신 지음, 호비스트 펴냄, 1997
*Special thanks to:
김포에서 고생하시는 해병대 중위 고제헌 님, 오늘도 매일같이 영어학원 들락거리는 절친한 친구이자 동생인 장원진, 해병대의 정신세계와 문화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주신 해병대 예비역 나원철, 류태순 님, 그 외 해병대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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