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조선일보가 12일 공동 주최한 비공개 외교 안보 관련 토론회에서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을 언급한 것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 측 인사들은 “미국이 북한 핵 위협을 과소 평가하고 있다”며 “핵무장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미국 측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약속은 굳건하다”며 “핵무장에 대한 이견이 불거지면 동맹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했다.
김숙 전 주유엔대사 사회로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는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비공개하는 ‘채텀하우스 룰’이 적용됐다. 한국 측 인사는 “앞으로 북한 핵 위협이 감소하지 않을 것 같고 2030세대의 압도적 다수는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다”며 “자체 핵무장이든 전술핵 재배치든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다른 인사도 “미국이 유럽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호주와는 안보 동맹을 체결해 핵 잠수함도 주면서 북핵 위협만 과소 평가하고 있다” “전략 무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동맹국이 안심을 못 한다”고 했다.
반면 미국 측 인사들은 전날 윤 대통령이 원론적이지만 핵무장을 언급한 것에 대해 “대선 후보 시절과 취임 직후 여러 핵무장 옵션에 선을 그었던 걸 생각하면 달라진 태도”라며 “매우 놀랍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한 미국 인사는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되겠다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국제 규범 위반을 무릅쓰고 핵무장을 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에도 부정적이고 중국은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인사도 “한국의 우려를 이해하지만 핵무장은 반대한다”며 “차라리 윤 대통령이 유사시 타격을 원하는 북한 내 목표물의 ‘위시 리스트’를 만들어 미국에 전달하는 게 낫다”고 했다.
한 미국 인사는 “이 정도로 미국의 확장 억제(핵 우산)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일종의 분노까지 있는 게 놀랍다”며 “미국이 핵을 써야 할 상황이라면 이미 한반도에서 6·25 전쟁, 9·11 테러, 진주만 등을 모두 합한 것 이상의 미국인 희생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를 외면할 미국 대통령은 없다”고 했다. 한국 측 인사들은 “핵우산이 허언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작전계획 수준으로 구체화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브루킹스연구소 로버트 아인혼 선임연구원, 미레야 솔리스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장, 앤드루 여 한국석좌,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레이철 리 스팀슨센터 객원연구원, 권영해·이상희·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정승조 전 합참의장,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우정엽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등 한미 전문가 4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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