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방 군사 소식

[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한미동맹 70주년과 한미 사이버 안보동맹

by 충실한 해병 2023. 1. 17.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7월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 허브에서 열린 제11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사이버 안보 세리머니를 한 뒤 박수치고 있다. /뉴스1

 

북한은 지난해에만 무려 70여발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돈이 어디에서 나와 미사일들을 쑥쑥 뽑아낼까”라는 의문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한미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의 상당 부분을 해킹으로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는데요, 이에 따라 해킹 등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우리 독자적인 대응능력은 한계가 많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사이버 분야까지 확장, 한미 사이버 안보동맹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북, 암호화폐 해킹 등으로 미사일 개발 자금 확보

우선 해킹을 동원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자금 확보 실태에 대해 살펴보지요. 미 백악관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해킹 등 악성 사이버 활동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돈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앤 뉴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이버·신기술 담당 부보좌관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암호화폐 인프라에 대한 수많은 사이버 공격 등과 같은 해킹으로 미사일 개발 자금의 30%를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암호화폐 돈세탁에 활용되는 믹서(암호 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 업체인 ‘토네이도 캐시’가 최대 6억 달러(약 8110억 원)의 불법 자금 이동을 도왔다”고 말해 이 업체가 불법으로 북한의 암호화폐 돈세탁을 도왔음을 시사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023년1월1일 공개한 김정은 총비서와 딸 김주애의 화성-12형 미사일들 시찰 모습. 북한의 미사일 대량 제조 및 시험발사 비용은 암호화폐 해킹 등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

앞서 미 국토안보부도 북한이 지난 2년여 동안 10억 달러(약 1조3160억 원)가 넘는 암호화폐와 경화(hard currency)를 강탈(해킹)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자금으로 썼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말 서울에서 열린 ‘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 한미 공동 민관 심포지엄’에서도 최근 계속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저변에는 암호화폐 탈취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됐습니다.

◇ “사이버전은 ‘만능의 보검’” 이라며 해커 양성 독려해온 김정은

당시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지난 3월 ‘엑시 인피니티’라는 게임 회사를 해킹해 6억2000만 달러(약 83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며 “북한이 올해 상반기에만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최대 6억5000만 달러를 탕진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3월 단 한 건의 해킹으로 북한이 상반기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 전체를 벌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사이버 능력을 핵·미사일과 함께 3대 주요 ‘비대칭 전략무기’로 간주해 강화해왔는데요, 김정은은 일찍이 사이버전을 ‘만능의 보검(寶劍)’으로 칭하며 해커 양성 등을 독려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사이버전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우리 혼자의 힘만으론 불가능하고 동맹과의 협력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지적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선 한미 안보동맹을 사이버 안보동맹으로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DB

청와대 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북한은 매년 적어도 10억 달러 상당을 탈취한다”며 “사이버 강국인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미 공조가 군사 동맹을 넘어 사이버 동맹으로까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나토, 미.일, 미.호주의 사이버 안보동맹

임교수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군사동맹 국가들은 사이버 공격에 대해 집단적 자위 및 공동 대응 등 사이버동맹 관계를 포함하는 것으로 기존 동맹관계를 확대·발전시키고 있다는데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일 사이버 안보동맹, 미·호주 사이버 안보동맹이 대표적입니다. 나토의 경우 지난 2014년 나토 회의에서 나토 헌장 5조를 회원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도 적용해 무력에 의한 실제 공격과 마찬가지로 집단방위 적용대상으로 삼기로 공식 합의한 바 있지요.

미·일 양국은 지난 2014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중간 보고서에서 중국의 우주공간 진출과 사이버 공격에 대응해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을 전지구적 차원을 넘어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했었고, 이어 이듬해엔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과의 상호동맹 영역을 사이버와 우주로 확대하는 방위협력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외교·국방장관들이 2023년1월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양국 '외교·국방 2+2회담'을 연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연합뉴스

2019년 4월엔 미일 양국의 외교·국방장관이 일본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도 미일안보조약 5조가 적용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해 미일 안보동맹이 사이버 영역까지 강화됐음을 재확인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해 육·해·공군을 비롯해 사이버와 우주 공간에 이르기까지 협력할 것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 임종인 “한미 상호방위조약, 사이버 위협에도 적용돼야”

호주의 경우 2011년 미·호주 국방·외무 장관 회의에서 미래 전장으로서의 사이버 영역을 ‘미·호주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공동대응의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합의, 미·호주 동맹을 사이버 영역까지 확대키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한미 동맹의 경우 올해 뜻깊은 70주년을 맞고 있고, 지난 정부에서 중단됐던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등도 윤석열 정부 들어 재개되며 복원되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사이버 안보 관련 단어가 12회나 거론되는 등 외형상 중시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조치와 세부 이행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합니다.

2023년1월13일 경기도 파주 무건리훈련장에서 육군 아미타이거 시범여단과 미2사단 스트라이커여단이 대대급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의 증대되는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 사이버 연합훈련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스1

임 교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2·3조가 사이버 위협에도 적용됨을 선언하고 전략기획지침, 국방협력지침 등 하위 지침을 개정하거나 신규 지침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주한미군에 최신 사이버 전력 배치를 독려하고 한미 사이버 연합훈련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한미 사이버 안보협력, 아직 중간 단계 이하 수준

그동안 한미 양국은 북한의 사소한 도발에도 굳건한 연합 방위태세와 공동 대응의지를 강조하면서 연간 수십개의 연합훈련을 실시해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국민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현대전의 핵심 요소인 사이버 안보분야에 대해선 비교적 낮은 또는 중간 단계의 협력만 이뤄지고 있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고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지금이야말로 한미 사이버 안보동맹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추진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