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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논문 자료

군사혁신 동향과 한국군의 미래

by 충실한 해병 2022. 12. 18.

경영학박사 노 훈

한국국방연구원

Ⅰ. 서 언

크레펠트(M. Creveld)는 그의 저서 ‘기술과 전쟁(Technology and War)’에서 “전쟁을 다룸에 있어, 그 본질에 있어 새롭게 부딪히는 문제는 없다.”1)고 기술하였다. 이는 문명의 발전이나 기술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가지는 파괴성이나 복잡성 문제에 대한 해결의 한계를 지칭함은 물론, 전쟁은 항상 상대와의 관계로 인해 근원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면이 있음을 기술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군사혁신(RMA: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이란 용어2)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을 수 있다. 사실상 이러한 용어가 발의되었던 최초의 시점과는 달리 최근에는 그 혁명적 불연속성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역시 존재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 내용이 가지는 취약성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용어는 발의를 시작하였던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미 보편화되고 있으며 한국군에서도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용어가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군사기획 및 국방운영 등과 관련된 통상적인 군의 발전이 모두 이 용어에 의해서 뒤덮이고 있다는 인상을 가질 수도 있을 만큼 이 용어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와 같이 이미 보편화된 ‘군사혁신’의 개념에 대한 관심국들의 최근의 추세를, 최초의 ‘혁명적 측면’과 이와 대응되는 ‘현실적인 측면’ 등 두 가지 각도에서 재음미하고 한국군의 관점에서도 이를 되짚어 봄으로써 현 시점에서 미래의 ‘군사혁신’을 향해 한국군이 나아갈 방향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1) Creveld가 기술진전에 따른 전장양상의 복잡성과 새로운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역설적인 관점에서 쓴 어구, 원문은 “Since there is a sense in which war has always been war, none of these problem is essentially new”, M. Creveld, Technology and War, The Free Press, 1989, p. 235.

2) 용어의 정의 및 근원에 관한 논의는 ‘권태영 외, 21세기 군사혁신과 한국의 국방비전, 한국국방연구원, 1998.’의 Ⅲ장을 참조할 것.

 

Ⅱ. ‘군사혁신’ 논의의 경과

1. 발의와 연구

미국이 걸프전을 계기로 21세기의 새로운 군사 패러다임으로서 ‘군사혁신(RMA)’을 주창하고, 이의 후속연구 및 추진에서도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이 군사혁신 개념이 1980년대 구소련의 오르가코프(N. V. Orgakov) 참모총장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군사기술혁명(MTR: Military-Technical Revolution)’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군사기술혁명은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군사능력의 혁명적 발전을 추구하는 개념으로서, 정찰체계와 장거리의 고정밀 타격무기를 연결·결합하여 전략차원의 새로운 ‘정찰-타격 복합체(Reconnaissance-striken Complex, RUK: Razved’vatel’no-Ydaru’ Kompleks)’ 탄생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즉 이 정찰-타격 복합체가 구축되면, 신속히 표적을 발견하고 이와 거의 동시에 장거리에서 정밀타격을 가하여 핵무기에 견줄 수 있는 혁명적 위력이 예견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이러한 기술중심의 군사기술혁명 개념에 주목하면서 여기에 무기체계의 변화에 따른 작전운용 개념과 군사조직의 변화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였다.

미 국방부 총괄평가국(Net Assessment)의 마샬(A. Marshall)과 전략예산평가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 sessment)의 크레피네비치(A. Krepinevich)는 ‘새로운 기술을 응용하여 새로운 군사체계를 만들 경우, 이와 관련된 작전운용 개념과 조직편성도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상호 결합시킴으로써 전쟁의 성격과 그 수행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군사혁신을 정의하였으며, 1995년 이후부터는 이들의 개념이 대체로 통용되고 있다.3)

따라서 군사혁신은 군사기술의 혁신, 작전운용 개념의 혁신, 군사조직의 혁신을 3대 축으로 하여 형성된 개념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그 주요한 개념은 다음과 같다.

● 군사기술의 혁신: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정보·감시·정찰(ISR: Intelligence, Surveillence, and Reconnaissance)과 정밀타격무기(Precision Guided Munitions)를 첨단 C4I(Advanced C4I)로 연결하면 새로운 복합체계(New System of Systems)가 탄생되고, 이들은 전투력의 승수효과(Force Multiplier)를 수반한다는 것이 이 분야의 핵심이다.

● 작전운용 개념의 혁신: 정보획득능력과 이의 실시간 공유범위 확대, 각종 화기의 사거리 및 명중률 향상, 항공우주 및 지·해상 기동수단의 속도와 작전반경의 비약적 진전은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간과 시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즉 과거와 같이 축차적이거나 일부 관심영역 중심의 전력운용 개념을 탈피하여 분산된 전력요소를 동시에 통합하여 운영하는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이러한 개념에 부합하는 교리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군사조직의 혁신: 네트워크형 조직으로의 전환과 통합성의 증대로 특징지을 수 있다. 즉 정보화 기술 및 C4I체계 구축기술은 조직의 계층 완화에 따르는 지휘폭(Span of Control) 증대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군 조직의 네트워크화가 지향되어야 하며, 다양한 유형의 전력요소를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군간 기능상 경직성을 완화하는 합동성 증대가 필수적이라 지적되고 있다.

이는 조직의 네트워크화와 합동성 증대가 군사조직의 기본목표인 ‘기민성’을 향상시켜 전력의 발휘속도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방운영조직의 일반적 특성이라 인식되고 있는 관료성, 책임소재의 불명확성, 폐쇄성의 탈피도 군사혁신의 관점에서 강조되고 있다.

2. 군사혁신에 관한 미국의 근황

미국은 군사혁신 분야의 선도국가로서 각군 및 합참/국방부를 중심으로 앞에서 언급된 개념들의 발전과 이의 구현을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그 결과 비전이라 할 수 있는 군사혁신 청사진을 형성4)하고 이의 계속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에는 군사기술, 작전운용 개념, 군사조직 등 세 분야에서의 변화가 중심적으로 나타나 있다.5)

먼저 군사기술혁신의 측면에서 각군별로 드러난 사항을 요약하여 보면, 육군의 경우 ‘디지털화’(Digitization)를 핵심개념으로 하고 있다. 즉 각종 C4I체계로 전차, 헬기, 야포, 차량 등 무기체계를 상호 연결, 모든 전투원이 정보를 공유토록 하는 것으로서, 2010년까지 모든 사단에 적용하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해군은 ‘협동교전능력’(CEC: Cooperative Engagement Capabili- ty)을 통하여 함정과 센서를 네트워크로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미사일 탄약함(Arsenal Ship) 및 트라이던트 스텔스 전함(Trident Stealth Battleship) 등의 혁신적 개념의 새로운 무기체계도 구상하고 있다. 공군은 우주로 전투공간을 확대하여 감시/정찰 및 GPS 성능의 향상, 우주교통 통제체계의 개발, 우주체계의 공격/방호체계 개발 등을 강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으로부터의 표적정보를 공대지 미사일에 직접 연동하는 ‘탈론-스워드 계획’(Talon Sword Project), 인공위성과 조기경보통제기/JSTARS 및 정찰기/전투기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타격계획’(Project Strike), 그리고 무인전투비행체(Uninhabited Combat Air Vehicle) 등의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각군별 관심분야에 추가하여, 헨리(L.D. Henley)는 10~15년 내에 정보처리기술, 생명과학, 제조기술이 결합하는 생명-기술혁명(Biotech Revolution)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개념의 발전도 촉구하고 있다.

둘째, 작전운용 개념 측면에서의 변화를 살펴보면, 육군의 경우 디지털 구조를 바탕으로 종래의 종심 및 근접작전에서 동시작전으로의 변환을 강조하고 있다. 이 동시작전의 개념은 전장종심에 걸쳐 수많은 작전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적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타군과의 시간상, 공간상 중첩을 불가피하게 함으로써 군 간의 전투력 통합문제가 주요 이슈로 제기된다. 해군은 정보우위를 바탕으로 하여 분권화된 적시기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역시 합동성의 중요함을 부각하고 있다. 공군은 공군력 특유의 기민성과 반응력 향상에 중점을 두는 한편, 전통적 개념인 중앙집권적 통제와 분권적 임무수행을, 전역(Campaign) 전체의 연결 및 개별작전의 수행관점에서, 군사력 운용준칙으로 설정하고 있다. 합참 차원에서는 과거 각군이 주도하던 축차적 연속작전(Sequential Operation)으로부터 통합된 전력의 동시집중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군사작전 개념의 목표를 전 차원 우월성(Full Spectrum Dominance) 확보에 두고 이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분산된 위치에서 즉각적 효과의 집중을 달성할 수 있는 ‘우세한 기동’, 그리고 ‘정밀전투’, ‘전투력의 전면방호’, ‘적시적량의 군수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군사조직의 혁신분야에서는 주로 정보기반기술을 전제로 하는 네트워크형 조직으로의 전환이 미래조직의 실질적 운용측면에서 강조되고 있다. 즉 네트워크형 조직은 중간계층을 축소함으로써 작전지휘관으로 하여금 보다 많은 부대를 기민성 있게 운용 가능토록 하며, 이 경우 상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조직 하부로의 과감한 권한이양이 불가피하고, 이러한 형태로 조직이 발전하는 경우에만 동시작전을 추구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 하나의 조직분야 혁신과제인 통합성 증대는 작전운용 개념 발전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미 전통적인 육·해·공군 형태가 재검토되고 있으며, 3군 간의 기능상 구분을 와해시키는 의사군(Quasi service)이나 혹은 특수군의 창설 움직임과 함께 합동특수임무부대 및 통합군사령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조직혁신 개념은 군사기술 및 작전운용 개념의 혁신과 맞물려 전투효과성과 운용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조직규모의 축소를 가능케 할 수 있다.6)

3. 군사혁신에 관한 주변국의 동향

냉전체제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미국과 군사적인 균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러시아는 미국 및 나토의 군사력을 지속적인 위협요소로 인식하여, 자국에서 발아된 군사혁신 개념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미국과 경쟁 혹은 대응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92년 소련연방 붕괴이후의 경제적 침체기에도 군사기술에 관한 연구개발비는 상대적으로 보호·육성함으로써 우주기술, 레이저·프리즈마·3세대 핵기술 등에서는 매우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정보, 전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것으로 인식됨으로써, 현재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작전운용 개념 및 군사조직 측면에서의 군사혁신 추진정도는,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을 앞섰다고도 간주되고 있다. 즉 수직포위(Vertical Envelopment)와 항공선제타격(Air-Assault Pre-Strike) 등의 항공·우주를 중시하는 전법을 개발하고, 이의 개념에 부합되게 전략군, 방공군, 공군, 해군, 지상군으로 구성되는 현재의 5군체제를 2005년까지 전략+방공+공군, 해군, 일반군의 3군체제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으며, 정규군, 내무군, 국경수비대 등을 지역별로 지휘체계를 일원화하여 지역별 통합사를 설치할 예정에 있다.7)

러시아는 이러한 군사혁신 잠재력에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유함으로써, 경제력만 뒷받침된다면 미국의 군사혁신 능력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중국의 경우는 우리의 주변국 중 군사혁신 추진속도가 가장 완만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즉 중국군 내에서 미국식 군사혁신 추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수준은 아니며, 군사혁신에 관한 논의는 미국의 개념을 소개하거나 추세를 분석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보인다.8)

중국은 아시아 유일의 핵·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보유국가이면서도 대부분의 전력이 재래식 장비로 구성되어 있고, 정보·통신 기술분야에서 서구보다 상당히 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탄도미사일, 상업용 위성, 지상레이더 분야에서는 국제적인 수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자화, 자동화, 디지털화, 초소형화 등 미래전에 대비한 기술발전이 선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전운용 및 군사조직 측면에서도 군사혁신 개념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3차원 전쟁 및 제병협동작전을 강조하는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와 같이 육군 위주의 지휘구조를 유지하며, 제병협동작전 능력 및 합동교리가 취약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9)

그러나 중국은 현재의 제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근래의 국력성장세로 말미암아 군사혁신의 잠재력은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근에는 미국에서 ‘중국위협론’이 제기될 정도로 그 잠재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높은 기술수준 및 경제력으로 인하여 미국 다음의 군사혁신 추진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분야(예:TMD)에서는 미국의 계획에 동참하는 공조관계10)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군사기술은 재론할 여지없이 세계적으로 선진수준이며, 필요시 첨단 무기체계를 양산할 수 있는 ‘군사혁신 선택권’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한 최근 통합정보본부를 설치하여 정보전에 대비하고, 향후 통합막료회의 의장의 권한과 기능도 확대할 예정에 있는 등 작전운용 개념과 군사조직 측면의 발전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3) 권태영, 노훈, 정춘일, 백용기, 21세기 한국군의 군사혁신 비전과 방책연구, 한국국방연구원, 1997, p. 57.

4) 각군 및 합참/국방부의 대표적 문서는 다음과 같음.

- 육 군: Force XXI, The Army After Next project

- 해 군: From the Sea and Forward..., A New Navy for a New Era

- 해병대: Sea Dragon

- 공 군: Global Reach-Global Power, Spacecast 2020, Global Engagement, Air Force 2025

- 합 참: Joint Vision 2010

- 국방부: QDR(Quadrennial Defense Review)

5) 다음의 문헌을 참고로 정리

- 권태영 외, op. cit., pp. 71~108.

- 권태영, 노훈, 정춘일, 백용기, op. cit., pp. 109~176.

- Lonnie D. Henley, “The RMA after next”, Parameters, Winter 1999/2000.

6) ‘Military Balance 1999~2000’에 의하면, 미군 현역은 ’97년 145만 명에서 약 137만 명으로 감소되었음.

7) 권태영, 노훈, 정춘일, 백용기, op. cit., pp. 254~256.

8) Ahmed S. Hashim, “The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outside the west”,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1998, p. 436.

9) Paul Dibb, “The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and Asian security”, Survival, vol. 39, No. 4, Winter, 1997~1998, p. 100.

10) 일본은 1999년 미국의 전역미사일 방어체계(TMD)에 동참하기로 결정하였음. 그러나 자위대 내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많은바, 이들은 군사적 측면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속할 것을 우려하고 있음. 즉 TMD에 동참할 경우, 탄도미사일의 탐지는 미국의 조기경보위성(DSP)으로 포착된 후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에서 처리되고, 이는 미국의 명령으로 자위대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임. 자세한 내용은 ‘전략문제연구소, 일본의 TMD 참가에 대한 자위대의 비판내용, 전략연구, 제7권, 제1호, 2000, pp. 228~234’ 참조.

 

Ⅲ. 군사혁신에 대한 최근의 이슈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요 국가들은, 새로운 전쟁양상과 획기적 전투능력 향상에 주목하여 군사혁신 개념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추진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 미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군사력으로 변환시키는 전이전략(Transformation Strategy)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단계에 이르러, 군사혁신 개념은 한편으로는 그 한계에 대한 비판과 그 적용의 현실적 문제에 관한 논란이 군사혁신의 필요성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면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군사혁신의 기본개념인 정보전과 재래전의 구획상의 문제이다. 즉 우리가 대처해야 할 전쟁의 형태에는 군사혁신에 주로 상정하는 원거리 정밀타격이 거의 효과가 없거나 불필요한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령 도시 게릴라전이나 마약방지와 같은 전쟁이외의 작전(OOTW: Operation Other Than War) 혹은 평화유지활동(PK: Peace-Keeping) 등과 같은 작전형태에는 고가의 정보전체계나 정밀타격무기의 운용보다는 지상군의 양적 개념에 입각한 재래식 근접전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핵/화학/생물로 대표되는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군사혁신의 한계성도 지적되고 있다. 즉 새로운 복합체계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대량살상무기의 위력을 완전히 소멸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둘째, 군사혁신 구현의 주요 수단인 C4ISR체계나 원거리 고정밀 타격체계 등의 비대칭적 공격에 대한 취약성이다. 즉 해커나 컴퓨터 바이러스 등 대정보전 수단은 작전/정보망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 있으며, 전자기파(EMP: Electro-Magnetic Pulse)는 정밀타격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군사혁신이 요구하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달성의 난이성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군사혁신은 각종 무기체계와 컴퓨터 간의 연계, 작전운용 및 군사조직에서의 합동성 및 통합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장비들 간의 연동에 관련된 기술의 고난도 못지 않게 통합성·합동성이 강화된 작전·조직의 실현에는 각군의 관성적 문제의 해결이 매우 어렵고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넷째, 군사혁신 실현의 최대 난관으로서, 막대하게 요구되는 예산의 확보 어려움이 거론된다. 미국이 군사혁신을 추구하게 된 배경에는 국방예산의 지속적 확보가 내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냉전체제의 해체에 따라 국방예산 소요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군사혁신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국가에 해당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관련하여 미 RAND 연구소의 한 보고서는 미국의 군사혁신 기간을 2010년까지의 ‘A’기간과 그 이후부터 2020년까지의 ‘B’기간으로 구분하고, 군사혁신 추진의 우선순위를 제시하였다.11) 즉 보다 장기인 ‘B’기간에는 군사혁신의 추진을 본격화하되, 단·중기적 문제해결을 위하여 현존의 가용한 기술을 활용하는 ‘A’기간에는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을 통하여 병력규모와 비용을 감소(기능적 능력은 유지 또는 향상)시킬 것과 미군의 ‘아킬레스건’인 전진배치 부대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등에 관한 취약성을 감소시키는 데 역점을 둘 것을 제시하였다.

11) P.K. Davis, D.C. Gompert, R.J. Hillestad, and S. Johnson, “Transforming the force-Suggestion for DoD Strategy”, RAND, 1998.

 

Ⅳ. 한국의 현황과 딜레마

한·미연합체제를 통하여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군의 경우, 미국 군사혁신 개념의 진전추이를 분석하고 우리 나름의 혁신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방부, 합참 및 각군의 미래전 관련 연구기관을 통해 군사혁신 개념에 관한 상당한 연구가 진척 중이다. 각군 및 합참에서는 각각의 비전을 작성하였으며, 국방부에서는 군사혁신에 관한 기본개념서를 확정·발간하였다. 특히 육군은 육군비전을 중심으로 하는 전투실험에 착수하는 단계에 있다.

이제 우리도 개념의 발전과 아울러 군사혁신이 제시하는 새로운 군사력으로의 변환을 위한 전이전략을 구체화하여야 함은 당연할 것이나, 이의 기반이 되는 현실적 여건 및 잠재력에는 긍정적 및 부정적 요소가 혼재하고 있다.

1. 군사혁신 추진에 긍정적 요소

우리의 긍정적 요소는 주로 군사혁신 추진의 잠재능력이다. 즉 사회의 정보화 진전에 따른 인력자원의 변화이다. 우리나라의 정보화 수준은 인터넷 사용인구가 시사하듯 세계의 선두권이다. 고학력에 정보화 마인드가 가미된 풍부한 인력자원은 정보전 중심의 군사혁신 추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경제능력도 긍정적이다. 한국경제는 GNP 기준으로 2020년 세계 7위권이, 국가 경쟁력은 세계 5위권이 예상되고 있다.12)

과학기술 측면에서는, 그간 과학기술개발 투자가 빈약하여 감시·정찰 및 정밀유도무기 설계와 제작기술 등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수준이다. 그러나 미래중심기술인 우주산업기술은 2015년경 세계 10위권, 항공기술 역시 2015년경 세계 10위권, 특히 정보통신기술은 201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킬 계획에 있다.

외국에서도 우리의 군사혁신 잠재능력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 호주의 군사학자 딥(Paul Dibb)은 한국은 호주, 일본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가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분류하였으며, 분야별로도 ISR, C4, 유지 및 통합군수지원 분야에서는 2010~2015년경 상당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13)

2. 군사혁신 추진에 부정적 요소

한편 부정적 측면은 주로 현실적 여건에 집중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군사위협의 이중적 구조이다. 즉 우리 군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남북통일을 가정하고 주변국을 군사적 위협세력으로 인식하여 이에 대비하는 군사력 건설이 요구되는 한편, 단·중기적으로는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는 군사혁신의 추진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되나, 단·중기적 관점에서는 재래식 전력개선(편제장비 보충 혹은 대북 방어를 위한 추가 진지구축 등)에도 역점을 두어야 할 실정이다. 따라서 이는 한정된 국방예산의 배분문제와 연계되어, 군사혁신 추진의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은 한·미연합체제로 인한 구조적 한계이다. 현재 대북방어에 있어, 미군은 대체로 해·공군 중심의 첨단무기체계 및 정보분야를, 한국군은 지상군 중심의 재래식 전력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형상이다. 이러한 임무분담은 재래식 전력증강 패턴에서 벗어나 군사혁신 개념에 부응하는 군사력 형성속도를 완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끝으로 예산문제이다. 80년대 이후 국가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국방비의 GDP 비율은 하향화 추세에 있다. 이 같은 추이의 형성에는 북한이 경제난 등으로 군사력이 약화되었다고 믿는 국민의 여론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바, 향후에도 추세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방비 비율의 하락은 막대한 유지비 소요와 맞물려 군사혁신 분야의 투자재원 형성에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12) 권태영, 노훈, 정춘일, 백용기, op. cit., p. 307.

13) Paul Dibb, op. cit., p. 98.

 

Ⅴ. 결 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은 장기적으로 군사혁신 추진을 위한 잠재력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반면, 단·중기적으로 무기나 장비 중심으로 군사력을 전환하고자 할 때에는 현실여건의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볼 때 한국군의 군사혁신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항은 불가피하게 예산확보의 문제가 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군은 적극적이고 진지한 대국민 홍보를 통해 적정수준의 국방비 확보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적정수준의 국방비 확보를 추진함과 동시에 군은 한편으로는 주어진 재원과 인력을 기반으로 하여 군사혁신의 요체 중 하나인 ‘정보과학화’를 달성하기 위한 독창적인 전략과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일견, 군의 정보화, 군의 과학화라는 문제는 바로 첨단장비의 확보라는 문제로 인식되기 쉬운 문제이다. 물론, 사실상 첨단장비의 확보 없는 정보화나 과학화는 근원적인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 군이 막대한 재원과 첨단 과학기술을 구사하고 있는 선진국들과 같은 방법으로 이를 추진할 경우, 상대적인 열세를 극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아이디어 발현에 중심을 둔 소위 비대칭적인(asymmetric) 사고를 기준으로 그 방법이나 수단을 지속적으로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요재원의 확보와 효율적 운용이라는 이러한 기반여건의 조성과 함께 군사혁신의 실현을 위해서는 군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효율성을 얻고자 하는 사고의 공감대가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각군이나 군내 각 기능별로 형성된 산만한 군사혁신에 대한 개념을 통합하여 균형의 관점에서 이를 조율하여야 한다. 현재 군내에서 적지 않게 노정되고 있는 각 분야의 이기적이고 편향된 시각을 해소하는 일은 군사혁신의 내용적 요체인 ‘정보화’가 일면으로는 분산된 노력들을 통합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중요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먼저 이러한 바탕을 구성한 후, 기존 조직이나 운영체계의 측면에서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조치들을 시행하여야만 그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어서 군사혁신의 현시적 측면이라 할 수 있는 첨단 무기체계와 정보체계를 일관성 있고 안정되게 확보하거나 구축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 노력의 주안은 외형적인 전력확보보다는 생산이나 운용측면에서 국내의 기술력을 갖추는 데 두는 것이 물론 바람직하다.

끝으로 이러한 접근과 더불어 간과하면 안 될 사항은 군사혁신의 마인드를 가진 군의 인력을 지속적으로 조성하는 일이다. 군사혁신의 실체는 결국 무기체계나 조직, 교리가 아니고 미래의 전쟁을 분석적으로 전망하고 전략적 사고와 과학적 훈련을 통해 그것을 대비해 가는 고급화된 군의 인력이며,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군이 21세기에 부응하는 군사혁신을 구현해 낼 수 있는가의 성패 여부는 바로 군 인력의 마인드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영학박사 노 훈

한국국방연구원

Ⅰ. 서 언

크레펠트(M. Creveld)는 그의 저서 ‘기술과 전쟁(Technology and War)’에서 “전쟁을 다룸에 있어, 그 본질에 있어 새롭게 부딪히는 문제는 없다.”1)고 기술하였다. 이는 문명의 발전이나 기술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가지는 파괴성이나 복잡성 문제에 대한 해결의 한계를 지칭함은 물론, 전쟁은 항상 상대와의 관계로 인해 근원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면이 있음을 기술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군사혁신(RMA: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이란 용어2)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을 수 있다. 사실상 이러한 용어가 발의되었던 최초의 시점과는 달리 최근에는 그 혁명적 불연속성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역시 존재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 내용이 가지는 취약성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용어는 발의를 시작하였던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미 보편화되고 있으며 한국군에서도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용어가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군사기획 및 국방운영 등과 관련된 통상적인 군의 발전이 모두 이 용어에 의해서 뒤덮이고 있다는 인상을 가질 수도 있을 만큼 이 용어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와 같이 이미 보편화된 ‘군사혁신’의 개념에 대한 관심국들의 최근의 추세를, 최초의 ‘혁명적 측면’과 이와 대응되는 ‘현실적인 측면’ 등 두 가지 각도에서 재음미하고 한국군의 관점에서도 이를 되짚어 봄으로써 현 시점에서 미래의 ‘군사혁신’을 향해 한국군이 나아갈 방향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1) Creveld가 기술진전에 따른 전장양상의 복잡성과 새로운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역설적인 관점에서 쓴 어구, 원문은 “Since there is a sense in which war has always been war, none of these problem is essentially new”, M. Creveld, Technology and War, The Free Press, 1989, p. 235.

2) 용어의 정의 및 근원에 관한 논의는 ‘권태영 외, 21세기 군사혁신과 한국의 국방비전, 한국국방연구원, 1998.’의 Ⅲ장을 참조할 것.

 

Ⅱ. ‘군사혁신’ 논의의 경과

1. 발의와 연구

미국이 걸프전을 계기로 21세기의 새로운 군사 패러다임으로서 ‘군사혁신(RMA)’을 주창하고, 이의 후속연구 및 추진에서도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이 군사혁신 개념이 1980년대 구소련의 오르가코프(N. V. Orgakov) 참모총장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군사기술혁명(MTR: Military-Technical Revolution)’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군사기술혁명은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군사능력의 혁명적 발전을 추구하는 개념으로서, 정찰체계와 장거리의 고정밀 타격무기를 연결·결합하여 전략차원의 새로운 ‘정찰-타격 복합체(Reconnaissance-striken Complex, RUK: Razved’vatel’no-Ydaru’ Kompleks)’ 탄생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즉 이 정찰-타격 복합체가 구축되면, 신속히 표적을 발견하고 이와 거의 동시에 장거리에서 정밀타격을 가하여 핵무기에 견줄 수 있는 혁명적 위력이 예견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이러한 기술중심의 군사기술혁명 개념에 주목하면서 여기에 무기체계의 변화에 따른 작전운용 개념과 군사조직의 변화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였다.

미 국방부 총괄평가국(Net Assessment)의 마샬(A. Marshall)과 전략예산평가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 sessment)의 크레피네비치(A. Krepinevich)는 ‘새로운 기술을 응용하여 새로운 군사체계를 만들 경우, 이와 관련된 작전운용 개념과 조직편성도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상호 결합시킴으로써 전쟁의 성격과 그 수행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군사혁신을 정의하였으며, 1995년 이후부터는 이들의 개념이 대체로 통용되고 있다.3)

따라서 군사혁신은 군사기술의 혁신, 작전운용 개념의 혁신, 군사조직의 혁신을 3대 축으로 하여 형성된 개념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그 주요한 개념은 다음과 같다.

● 군사기술의 혁신: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정보·감시·정찰(ISR: Intelligence, Surveillence, and Reconnaissance)과 정밀타격무기(Precision Guided Munitions)를 첨단 C4I(Advanced C4I)로 연결하면 새로운 복합체계(New System of Systems)가 탄생되고, 이들은 전투력의 승수효과(Force Multiplier)를 수반한다는 것이 이 분야의 핵심이다.

● 작전운용 개념의 혁신: 정보획득능력과 이의 실시간 공유범위 확대, 각종 화기의 사거리 및 명중률 향상, 항공우주 및 지·해상 기동수단의 속도와 작전반경의 비약적 진전은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간과 시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즉 과거와 같이 축차적이거나 일부 관심영역 중심의 전력운용 개념을 탈피하여 분산된 전력요소를 동시에 통합하여 운영하는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이러한 개념에 부합하는 교리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군사조직의 혁신: 네트워크형 조직으로의 전환과 통합성의 증대로 특징지을 수 있다. 즉 정보화 기술 및 C4I체계 구축기술은 조직의 계층 완화에 따르는 지휘폭(Span of Control) 증대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군 조직의 네트워크화가 지향되어야 하며, 다양한 유형의 전력요소를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군간 기능상 경직성을 완화하는 합동성 증대가 필수적이라 지적되고 있다.

이는 조직의 네트워크화와 합동성 증대가 군사조직의 기본목표인 ‘기민성’을 향상시켜 전력의 발휘속도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방운영조직의 일반적 특성이라 인식되고 있는 관료성, 책임소재의 불명확성, 폐쇄성의 탈피도 군사혁신의 관점에서 강조되고 있다.

2. 군사혁신에 관한 미국의 근황

미국은 군사혁신 분야의 선도국가로서 각군 및 합참/국방부를 중심으로 앞에서 언급된 개념들의 발전과 이의 구현을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그 결과 비전이라 할 수 있는 군사혁신 청사진을 형성4)하고 이의 계속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에는 군사기술, 작전운용 개념, 군사조직 등 세 분야에서의 변화가 중심적으로 나타나 있다.5)

먼저 군사기술혁신의 측면에서 각군별로 드러난 사항을 요약하여 보면, 육군의 경우 ‘디지털화’(Digitization)를 핵심개념으로 하고 있다. 즉 각종 C4I체계로 전차, 헬기, 야포, 차량 등 무기체계를 상호 연결, 모든 전투원이 정보를 공유토록 하는 것으로서, 2010년까지 모든 사단에 적용하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해군은 ‘협동교전능력’(CEC: Cooperative Engagement Capabili- ty)을 통하여 함정과 센서를 네트워크로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미사일 탄약함(Arsenal Ship) 및 트라이던트 스텔스 전함(Trident Stealth Battleship) 등의 혁신적 개념의 새로운 무기체계도 구상하고 있다. 공군은 우주로 전투공간을 확대하여 감시/정찰 및 GPS 성능의 향상, 우주교통 통제체계의 개발, 우주체계의 공격/방호체계 개발 등을 강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으로부터의 표적정보를 공대지 미사일에 직접 연동하는 ‘탈론-스워드 계획’(Talon Sword Project), 인공위성과 조기경보통제기/JSTARS 및 정찰기/전투기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타격계획’(Project Strike), 그리고 무인전투비행체(Uninhabited Combat Air Vehicle) 등의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각군별 관심분야에 추가하여, 헨리(L.D. Henley)는 10~15년 내에 정보처리기술, 생명과학, 제조기술이 결합하는 생명-기술혁명(Biotech Revolution)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개념의 발전도 촉구하고 있다.

둘째, 작전운용 개념 측면에서의 변화를 살펴보면, 육군의 경우 디지털 구조를 바탕으로 종래의 종심 및 근접작전에서 동시작전으로의 변환을 강조하고 있다. 이 동시작전의 개념은 전장종심에 걸쳐 수많은 작전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적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타군과의 시간상, 공간상 중첩을 불가피하게 함으로써 군 간의 전투력 통합문제가 주요 이슈로 제기된다. 해군은 정보우위를 바탕으로 하여 분권화된 적시기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역시 합동성의 중요함을 부각하고 있다. 공군은 공군력 특유의 기민성과 반응력 향상에 중점을 두는 한편, 전통적 개념인 중앙집권적 통제와 분권적 임무수행을, 전역(Campaign) 전체의 연결 및 개별작전의 수행관점에서, 군사력 운용준칙으로 설정하고 있다. 합참 차원에서는 과거 각군이 주도하던 축차적 연속작전(Sequential Operation)으로부터 통합된 전력의 동시집중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군사작전 개념의 목표를 전 차원 우월성(Full Spectrum Dominance) 확보에 두고 이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분산된 위치에서 즉각적 효과의 집중을 달성할 수 있는 ‘우세한 기동’, 그리고 ‘정밀전투’, ‘전투력의 전면방호’, ‘적시적량의 군수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군사조직의 혁신분야에서는 주로 정보기반기술을 전제로 하는 네트워크형 조직으로의 전환이 미래조직의 실질적 운용측면에서 강조되고 있다. 즉 네트워크형 조직은 중간계층을 축소함으로써 작전지휘관으로 하여금 보다 많은 부대를 기민성 있게 운용 가능토록 하며, 이 경우 상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조직 하부로의 과감한 권한이양이 불가피하고, 이러한 형태로 조직이 발전하는 경우에만 동시작전을 추구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 하나의 조직분야 혁신과제인 통합성 증대는 작전운용 개념 발전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미 전통적인 육·해·공군 형태가 재검토되고 있으며, 3군 간의 기능상 구분을 와해시키는 의사군(Quasi service)이나 혹은 특수군의 창설 움직임과 함께 합동특수임무부대 및 통합군사령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조직혁신 개념은 군사기술 및 작전운용 개념의 혁신과 맞물려 전투효과성과 운용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조직규모의 축소를 가능케 할 수 있다.6)

3. 군사혁신에 관한 주변국의 동향

냉전체제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미국과 군사적인 균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러시아는 미국 및 나토의 군사력을 지속적인 위협요소로 인식하여, 자국에서 발아된 군사혁신 개념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미국과 경쟁 혹은 대응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92년 소련연방 붕괴이후의 경제적 침체기에도 군사기술에 관한 연구개발비는 상대적으로 보호·육성함으로써 우주기술, 레이저·프리즈마·3세대 핵기술 등에서는 매우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정보, 전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것으로 인식됨으로써, 현재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작전운용 개념 및 군사조직 측면에서의 군사혁신 추진정도는,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을 앞섰다고도 간주되고 있다. 즉 수직포위(Vertical Envelopment)와 항공선제타격(Air-Assault Pre-Strike) 등의 항공·우주를 중시하는 전법을 개발하고, 이의 개념에 부합되게 전략군, 방공군, 공군, 해군, 지상군으로 구성되는 현재의 5군체제를 2005년까지 전략+방공+공군, 해군, 일반군의 3군체제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으며, 정규군, 내무군, 국경수비대 등을 지역별로 지휘체계를 일원화하여 지역별 통합사를 설치할 예정에 있다.7)

러시아는 이러한 군사혁신 잠재력에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유함으로써, 경제력만 뒷받침된다면 미국의 군사혁신 능력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중국의 경우는 우리의 주변국 중 군사혁신 추진속도가 가장 완만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즉 중국군 내에서 미국식 군사혁신 추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수준은 아니며, 군사혁신에 관한 논의는 미국의 개념을 소개하거나 추세를 분석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보인다.8)

중국은 아시아 유일의 핵·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보유국가이면서도 대부분의 전력이 재래식 장비로 구성되어 있고, 정보·통신 기술분야에서 서구보다 상당히 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탄도미사일, 상업용 위성, 지상레이더 분야에서는 국제적인 수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자화, 자동화, 디지털화, 초소형화 등 미래전에 대비한 기술발전이 선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전운용 및 군사조직 측면에서도 군사혁신 개념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3차원 전쟁 및 제병협동작전을 강조하는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와 같이 육군 위주의 지휘구조를 유지하며, 제병협동작전 능력 및 합동교리가 취약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9)

그러나 중국은 현재의 제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근래의 국력성장세로 말미암아 군사혁신의 잠재력은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근에는 미국에서 ‘중국위협론’이 제기될 정도로 그 잠재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높은 기술수준 및 경제력으로 인하여 미국 다음의 군사혁신 추진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분야(예:TMD)에서는 미국의 계획에 동참하는 공조관계10)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군사기술은 재론할 여지없이 세계적으로 선진수준이며, 필요시 첨단 무기체계를 양산할 수 있는 ‘군사혁신 선택권’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한 최근 통합정보본부를 설치하여 정보전에 대비하고, 향후 통합막료회의 의장의 권한과 기능도 확대할 예정에 있는 등 작전운용 개념과 군사조직 측면의 발전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3) 권태영, 노훈, 정춘일, 백용기, 21세기 한국군의 군사혁신 비전과 방책연구, 한국국방연구원, 1997, p. 57.

4) 각군 및 합참/국방부의 대표적 문서는 다음과 같음.

- 육 군: Force XXI, The Army After Next project

- 해 군: From the Sea and Forward..., A New Navy for a New Era

- 해병대: Sea Dragon

- 공 군: Global Reach-Global Power, Spacecast 2020, Global Engagement, Air Force 2025

- 합 참: Joint Vision 2010

- 국방부: QDR(Quadrennial Defense Review)

5) 다음의 문헌을 참고로 정리

- 권태영 외, op. cit., pp. 71~108.

- 권태영, 노훈, 정춘일, 백용기, op. cit., pp. 109~176.

- Lonnie D. Henley, “The RMA after next”, Parameters, Winter 1999/2000.

6) ‘Military Balance 1999~2000’에 의하면, 미군 현역은 ’97년 145만 명에서 약 137만 명으로 감소되었음.

7) 권태영, 노훈, 정춘일, 백용기, op. cit., pp. 254~256.

8) Ahmed S. Hashim, “The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outside the west”,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1998, p. 436.

9) Paul Dibb, “The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and Asian security”, Survival, vol. 39, No. 4, Winter, 1997~1998, p. 100.

10) 일본은 1999년 미국의 전역미사일 방어체계(TMD)에 동참하기로 결정하였음. 그러나 자위대 내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많은바, 이들은 군사적 측면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속할 것을 우려하고 있음. 즉 TMD에 동참할 경우, 탄도미사일의 탐지는 미국의 조기경보위성(DSP)으로 포착된 후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에서 처리되고, 이는 미국의 명령으로 자위대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임. 자세한 내용은 ‘전략문제연구소, 일본의 TMD 참가에 대한 자위대의 비판내용, 전략연구, 제7권, 제1호, 2000, pp. 228~234’ 참조.

 

Ⅲ. 군사혁신에 대한 최근의 이슈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요 국가들은, 새로운 전쟁양상과 획기적 전투능력 향상에 주목하여 군사혁신 개념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추진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 미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군사력으로 변환시키는 전이전략(Transformation Strategy)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단계에 이르러, 군사혁신 개념은 한편으로는 그 한계에 대한 비판과 그 적용의 현실적 문제에 관한 논란이 군사혁신의 필요성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면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군사혁신의 기본개념인 정보전과 재래전의 구획상의 문제이다. 즉 우리가 대처해야 할 전쟁의 형태에는 군사혁신에 주로 상정하는 원거리 정밀타격이 거의 효과가 없거나 불필요한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령 도시 게릴라전이나 마약방지와 같은 전쟁이외의 작전(OOTW: Operation Other Than War) 혹은 평화유지활동(PK: Peace-Keeping) 등과 같은 작전형태에는 고가의 정보전체계나 정밀타격무기의 운용보다는 지상군의 양적 개념에 입각한 재래식 근접전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핵/화학/생물로 대표되는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군사혁신의 한계성도 지적되고 있다. 즉 새로운 복합체계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대량살상무기의 위력을 완전히 소멸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둘째, 군사혁신 구현의 주요 수단인 C4ISR체계나 원거리 고정밀 타격체계 등의 비대칭적 공격에 대한 취약성이다. 즉 해커나 컴퓨터 바이러스 등 대정보전 수단은 작전/정보망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 있으며, 전자기파(EMP: Electro-Magnetic Pulse)는 정밀타격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군사혁신이 요구하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달성의 난이성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군사혁신은 각종 무기체계와 컴퓨터 간의 연계, 작전운용 및 군사조직에서의 합동성 및 통합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장비들 간의 연동에 관련된 기술의 고난도 못지 않게 통합성·합동성이 강화된 작전·조직의 실현에는 각군의 관성적 문제의 해결이 매우 어렵고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넷째, 군사혁신 실현의 최대 난관으로서, 막대하게 요구되는 예산의 확보 어려움이 거론된다. 미국이 군사혁신을 추구하게 된 배경에는 국방예산의 지속적 확보가 내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냉전체제의 해체에 따라 국방예산 소요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군사혁신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국가에 해당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관련하여 미 RAND 연구소의 한 보고서는 미국의 군사혁신 기간을 2010년까지의 ‘A’기간과 그 이후부터 2020년까지의 ‘B’기간으로 구분하고, 군사혁신 추진의 우선순위를 제시하였다.11) 즉 보다 장기인 ‘B’기간에는 군사혁신의 추진을 본격화하되, 단·중기적 문제해결을 위하여 현존의 가용한 기술을 활용하는 ‘A’기간에는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을 통하여 병력규모와 비용을 감소(기능적 능력은 유지 또는 향상)시킬 것과 미군의 ‘아킬레스건’인 전진배치 부대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등에 관한 취약성을 감소시키는 데 역점을 둘 것을 제시하였다.

11) P.K. Davis, D.C. Gompert, R.J. Hillestad, and S. Johnson, “Transforming the force-Suggestion for DoD Strategy”, RAND, 1998.

 

Ⅳ. 한국의 현황과 딜레마

한·미연합체제를 통하여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군의 경우, 미국 군사혁신 개념의 진전추이를 분석하고 우리 나름의 혁신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방부, 합참 및 각군의 미래전 관련 연구기관을 통해 군사혁신 개념에 관한 상당한 연구가 진척 중이다. 각군 및 합참에서는 각각의 비전을 작성하였으며, 국방부에서는 군사혁신에 관한 기본개념서를 확정·발간하였다. 특히 육군은 육군비전을 중심으로 하는 전투실험에 착수하는 단계에 있다.

이제 우리도 개념의 발전과 아울러 군사혁신이 제시하는 새로운 군사력으로의 변환을 위한 전이전략을 구체화하여야 함은 당연할 것이나, 이의 기반이 되는 현실적 여건 및 잠재력에는 긍정적 및 부정적 요소가 혼재하고 있다.

1. 군사혁신 추진에 긍정적 요소

우리의 긍정적 요소는 주로 군사혁신 추진의 잠재능력이다. 즉 사회의 정보화 진전에 따른 인력자원의 변화이다. 우리나라의 정보화 수준은 인터넷 사용인구가 시사하듯 세계의 선두권이다. 고학력에 정보화 마인드가 가미된 풍부한 인력자원은 정보전 중심의 군사혁신 추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경제능력도 긍정적이다. 한국경제는 GNP 기준으로 2020년 세계 7위권이, 국가 경쟁력은 세계 5위권이 예상되고 있다.12)

과학기술 측면에서는, 그간 과학기술개발 투자가 빈약하여 감시·정찰 및 정밀유도무기 설계와 제작기술 등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수준이다. 그러나 미래중심기술인 우주산업기술은 2015년경 세계 10위권, 항공기술 역시 2015년경 세계 10위권, 특히 정보통신기술은 201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킬 계획에 있다.

외국에서도 우리의 군사혁신 잠재능력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 호주의 군사학자 딥(Paul Dibb)은 한국은 호주, 일본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가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분류하였으며, 분야별로도 ISR, C4, 유지 및 통합군수지원 분야에서는 2010~2015년경 상당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13)

2. 군사혁신 추진에 부정적 요소

한편 부정적 측면은 주로 현실적 여건에 집중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군사위협의 이중적 구조이다. 즉 우리 군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남북통일을 가정하고 주변국을 군사적 위협세력으로 인식하여 이에 대비하는 군사력 건설이 요구되는 한편, 단·중기적으로는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는 군사혁신의 추진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되나, 단·중기적 관점에서는 재래식 전력개선(편제장비 보충 혹은 대북 방어를 위한 추가 진지구축 등)에도 역점을 두어야 할 실정이다. 따라서 이는 한정된 국방예산의 배분문제와 연계되어, 군사혁신 추진의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은 한·미연합체제로 인한 구조적 한계이다. 현재 대북방어에 있어, 미군은 대체로 해·공군 중심의 첨단무기체계 및 정보분야를, 한국군은 지상군 중심의 재래식 전력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형상이다. 이러한 임무분담은 재래식 전력증강 패턴에서 벗어나 군사혁신 개념에 부응하는 군사력 형성속도를 완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끝으로 예산문제이다. 80년대 이후 국가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국방비의 GDP 비율은 하향화 추세에 있다. 이 같은 추이의 형성에는 북한이 경제난 등으로 군사력이 약화되었다고 믿는 국민의 여론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바, 향후에도 추세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방비 비율의 하락은 막대한 유지비 소요와 맞물려 군사혁신 분야의 투자재원 형성에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12) 권태영, 노훈, 정춘일, 백용기, op. cit., p. 307.

13) Paul Dibb, op. cit., p. 98.

 

Ⅴ. 결 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은 장기적으로 군사혁신 추진을 위한 잠재력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반면, 단·중기적으로 무기나 장비 중심으로 군사력을 전환하고자 할 때에는 현실여건의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볼 때 한국군의 군사혁신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항은 불가피하게 예산확보의 문제가 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군은 적극적이고 진지한 대국민 홍보를 통해 적정수준의 국방비 확보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적정수준의 국방비 확보를 추진함과 동시에 군은 한편으로는 주어진 재원과 인력을 기반으로 하여 군사혁신의 요체 중 하나인 ‘정보과학화’를 달성하기 위한 독창적인 전략과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일견, 군의 정보화, 군의 과학화라는 문제는 바로 첨단장비의 확보라는 문제로 인식되기 쉬운 문제이다. 물론, 사실상 첨단장비의 확보 없는 정보화나 과학화는 근원적인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 군이 막대한 재원과 첨단 과학기술을 구사하고 있는 선진국들과 같은 방법으로 이를 추진할 경우, 상대적인 열세를 극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아이디어 발현에 중심을 둔 소위 비대칭적인(asymmetric) 사고를 기준으로 그 방법이나 수단을 지속적으로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요재원의 확보와 효율적 운용이라는 이러한 기반여건의 조성과 함께 군사혁신의 실현을 위해서는 군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효율성을 얻고자 하는 사고의 공감대가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각군이나 군내 각 기능별로 형성된 산만한 군사혁신에 대한 개념을 통합하여 균형의 관점에서 이를 조율하여야 한다. 현재 군내에서 적지 않게 노정되고 있는 각 분야의 이기적이고 편향된 시각을 해소하는 일은 군사혁신의 내용적 요체인 ‘정보화’가 일면으로는 분산된 노력들을 통합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중요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먼저 이러한 바탕을 구성한 후, 기존 조직이나 운영체계의 측면에서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조치들을 시행하여야만 그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어서 군사혁신의 현시적 측면이라 할 수 있는 첨단 무기체계와 정보체계를 일관성 있고 안정되게 확보하거나 구축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 노력의 주안은 외형적인 전력확보보다는 생산이나 운용측면에서 국내의 기술력을 갖추는 데 두는 것이 물론 바람직하다.

끝으로 이러한 접근과 더불어 간과하면 안 될 사항은 군사혁신의 마인드를 가진 군의 인력을 지속적으로 조성하는 일이다. 군사혁신의 실체는 결국 무기체계나 조직, 교리가 아니고 미래의 전쟁을 분석적으로 전망하고 전략적 사고와 과학적 훈련을 통해 그것을 대비해 가는 고급화된 군의 인력이며,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군이 21세기에 부응하는 군사혁신을 구현해 낼 수 있는가의 성패 여부는 바로 군 인력의 마인드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