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소말리아 해적몰이 떠나는 '대조영함' 타 보니…
쌀 30.5t·김치 5.6t 싣고 문무대왕함과 임무교대 갑판서 '줄달린 공' 족구
여군(女軍) 4명은 '금남(禁男)의 방'에
오는 16일 소말리아로 떠나는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 배 길이 149.5m, 너비 17.4m, 높이 37.2m에 배수량 4500t급의 2세대 한국형 다목적 구축함(KDX-II·Korea Destroyer eXperiment)이다. 해군은 지난 3일 진해와 부산 앞바다에서 열린 가상 해적선 퇴치훈련 때 대조영함 내부를 처음 공개했다.
함미(艦尾)에는 대(對)테러 핵심 장비인 링스(LYNX) 헬리콥터가 뜨고 내리는 비행 갑판이 있다. 357㎡(108평) 넓이. 링스 헬리콥터는 내릴 때 선체에 최대한 부딪치지 않게 하기 위해 측면에서부터 'ㄱ'자 형태로 착륙한다. 헬리콥터가 격납고에 들어간 뒤 비행 갑판은 족구장이나 탁구장으로 쓰이기도 한다. 해군이 쓰는 족구공에는 줄이 달렸다. 잘못 차 공이 바다로 빠지는 걸 막기 위한 아이디어다. 김성현(21) 병장은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하는 족구는 색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함정 내부는 7층 구조다. 주갑판을 기준으로 지상 3층, 지하 4층. 꼭대기 3층에 상황을 총괄하는 함교(艦橋)가 있다.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이곳이 총괄 지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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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층간 이동은 사다리형 계단으로 한다. 폭은 사람 한 명 겨우 드나들 정도. 50도 이상 기울어진 이 계단을 승조원들은 난간도 잡지 않고 사뿐히 오르내린다. 김영민(30) 대위는 "한두 달만 함정에서 지내면 전부 '다람쥐'처럼 된다"고 말했다.
함정 내부는 큰 통로 2개를 기준으로 아래위로 침실과 사무실 등 방 300여개가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 미로(迷路)처럼 이어진 각층 복도는 1.8m 너비에 높이는 2m 정도다. 해군은 키가 195㎝를 넘으면 뽑지 않기 때문에 천장 높이가 문제 될 일은 없다. 처음 배치받은 장병들이 이 복잡한 내부 구조를 익히려면 꼬박 1주일이 걸린다.
대조영함은 소말리아 파병 준비에 분주했다. 오는 16일 진해를 떠나면 현지까지 가는 데만 5주가 걸린다. 작전기간인 6개월 동안 물자 보급을 위해 두세 차례 지부티에 잠시 정박하는 것 말고는 줄곧 바다 위에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 장병 298명이 6개월을 배 안에서 지내려면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먹을거리. 저장 공간이 제한돼 있어 마음껏 싣고 갈 수도 없다. 보급담당관은 "오래 보관이 가능한 식재료들을 사용하다 보니 식사 질이 육지에서 먹는 것의 3분의 1 수준이라 장병들이 입맛을 잃어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쌀은 400여 가마(30.5t)로 6개월분을 싣는다. 문제는 김치. 포기·열무·총각김치와 깍두기 등 김치류 5640㎏을 적재할 예정이지만 앞선 문무대왕함에서 김치가 중간에 다 떨어져 애를 먹은 전례가 있어 걱정이다. 보급관은 "최대한 아껴 먹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라면도 3500여개를 챙길 생각이지만 이 역시 빠듯하다. 매점(PX)인 'D(대조영)-마트'에서는 무게가 덜 나가는 과자 위주로 품목을 조절한다. 김종국(35) 중사는 "문무대왕함에서 과자와 음료수가 중간에 다 떨어져 장병들이 불편을 호소했다"며 "이번에는 전보다 물량을 대폭 늘려 초코파이 380박스 등 과자류 1500~2000박스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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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크기는 계급마다 다르다. 수병은 12인 1실, 장교는 2인 1실, 지휘관은 1인 1실. 침대 크기는 가로 120㎝×세로 200㎝다. 침대가 좁다 보니 몸을 잘못 뒤척이다가 떨어지는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올 초 2층 침대에서 자다가 옆으로 굴러 떨어져 머리를 다친 수병도 있었다.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침대 밑은 수납공간으로 이용하고 머리맡은 'L'자로 뚫었다. 이 공간으로 상체를 내밀고 반쯤 기댄 상태로 책을 볼 수 있다.
대조영함에 타는 여군은 4명. 같은 방을 쓴다. 이 방은 전자잠금장치로 잠겨 있어 비밀번호를 알아야 열 수 있다. 들어가려면 인터폰으로 신분과 방문 목적을 전달해야 한다. 방 안에는 화장실, 화장대, 샤워실, 간이 테이블 등이 같이 있다. 송영명(27) 하사는 "여자라고 따로 불편한 점은 없지만 남자들만 가득한 체력단련장에 가는 게 어색해 운동할 데가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대조영함은 배수량 4500t급으로 문무대왕함과 동급(同級)이며, KDX-III형 세종대왕함(7650t급)에는 동생, 을지문덕함(3200t급) 등 KDX-I형에겐 형(兄)뻘 되는 전투형 구축함이다. 건조비용으로 4000억원이 들었다.
잠수함 공격용 링스헬기와 '립(RIB·Rigid Inflatable Boat)'으로 불리는 시속 100㎞까지 낼 수 있는 고속단정 4척이 주요 작전 무기다. 갑판 주위로 빙 둘러선 6대의 K-6기관총은 긴급 상황시 해적선을 초토화할 수 있다. 어뢰와 다른 함정이나 전투기를 타격할 수 있는 갖가지 중소형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들도 탑재하고 있지만, 그 중 백미(白眉)는 이름 그대로 최후의 보루인 속사포 '골키퍼(Goal Keeper)'다. 초당 70발을 난사(亂射)한다.
작전지역이 열대인 만큼 해적뿐 아니라 혹서(酷暑)도 경계의 대상이다. 이날 훈련 중 출동한 저격수들은 한 손엔 소총, 한 손엔 매트리스를 들고 있었다. 열대지역에선 갑판에 함부로 엎드렸다간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술의 핵(核)인 해군 특수전 요원(UDT·Underwater Demolition Team) 30명은 작전에 들어가면 마스크를 쓰고 방탄조끼와 구명복을 입은 뒤, 소총과 단검·권총·무전기·방탄헬멧과 방탄고글 등 30㎏ 가까운 무장을 해야 한다. 평소 근무복으로 생활하다 작전 개시 명령이 떨어지면 5분 만에 착용 완료다. 조준용 팀장(대위)은 "해적들의 위협보다 더위가 더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대조영함은 지루한 항해를 견뎌야 하는 장병들을 위해 함상 소풍도 고려하고 있다. 부대원 전원이 갑판에 모여 미리 준비한 김밥과 음료수를 나눠 먹으면서 노래나 장기 자랑으로 향수(鄕愁)를 달래자는 취지다. 김승우(47·대령) 함장은 "선박 안전 호송은 물론이고 부대원 전원이 별 사고 없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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