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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육군이 보유했던 기갑 장비 중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장비가 하나 있다.
M24 채피(Chaffee) 전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M24 전차는 군의 각종 공식적 역사 간행물에도 운용 사실 자체가 빠진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육군이 M24 전차를 운용한 기간이 불과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1952년 하반기에 육군보병학교 전차반 초군반과정을 이수한 김봉기(金鳳起·75·갑종24기)예비역 대령은 "1952년 하반기 미국으로부터 M24 전차 약 1개 중대 규모를 인수, 교육훈련에 이용했다"고 회고하면서 "두 달 후 대만에 제공한다는 이유로 다시 미군이 회수해 갔다"고 증언했다.
사실 M24 전차는 사연이 많은 전차다.
6·25전쟁 발발 이전 한국이 미국에 전차 제공을 요청했을 때 거론됐던 전차가 바로 M24 전차다. M24 전차는 6·25전쟁 후 가장 먼저 한국에 출동했던 미군 전차이기도 하다.
6·25전쟁 초기 충남 연기군에서 벌어진 전의전투와 차령산맥 일대에서의 지연전에 참가한 미군 소속의 M24 전차는 모두 8대였다. 이 작전에서 미군은 적의 T-34 전차 1대를 파괴했을 뿐이었고 반대로 7대의 M24 전차를 잃었다. (주, 이때 M24의 75mm포는 T-34전차의 장갑을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는 것이 확인되었음 『기갑무기체계 발달사』)
결국 미군 M24 전차병의 사기는 급격히 저하됐고 이 때문에 미국은 M4·M26·M46 전차 같은 보다 강력한 중(重)전차를 한국에 투입해야만 했다.
M24 전차는 미국에서 43년에 개발, 44년에 제식화됐으며 제2차세계대전 중 총 4731대가 생산됐다. M24 전차는 M36 잭슨 전차와 마찬가지로 경(輕)전차의 일종으로 속도가 빠른 대신 장갑이 얇은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M24 전차는 정찰이나 보병지원에 적합할 뿐 적 전차와의 본격적 교전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런 M24 전차로 T-34를 상대한 만큼 6·25전쟁 초기 미군의 손실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M24 전차는 생산된 지 수십 년이 지난 낡은 장비로 우리나라는 물론 대부분의 국가에서 퇴역한 상태다. 하지만 대만 육군은 주포를 90mm로 개조한 M24 전차를 아직까지 현역 부대에서 운용하고 있다.
M24는 짧은 기간 국군에서 운용된 만큼 국내에 실물이 남아 있지 않으며 당시 국군의 운용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식적으로 전해 오는 것은 없다. 다만, 1974년 유엔참전국협회(회장 지갑종)가 미 육군으로부터 기증을 받아 서울 여의도공원에 전시해오다가 현재는 경남 사천의 항공우주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다.(사진)
원문 : 국방일보 2008년 5월 ‘Old & New’
■ 제원
▲주포 구경 76mm 포 1문
▲주포용 탄약 적재량 48발
▲승무원 4명
▲전투 중량 18t
▲시속 56km/h
▲엔진 출력 220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