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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자료

"One shot one kill" 잘 키운 저격수 1명 중대 병력 안 부럽다

by 충실한 해병 2023. 3. 21.

2차대전 敵 1명 사살에 탄약 2만5000발 퍼부어 저격수는 평균 1.7발 써
적진 정보수집 역할까지 해병대선 저격소대 운용 육군 소대별 1~2명 배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는 작년부터 각 예하 부대 예비군 중 현역 시절 저격수 경험이 있거나 사격 훈련 성적이 좋은 사람들을 골라 저격수 훈련을 따로 시키고 있다.

본지 7월 11일자 보도

저격수(狙擊手·Sniper)란 말은 '스나이프'라는 야생 도요새에서 유래했다. 18세기 영국 장교들은 몸집이 작고 빠른 이 새를 잡는 사격게임을 벌였다. 게임의 승자를 일컫는 저격수는 1㎞ 이상의 거리에서 목표물을 맞히는 명사수를 의미하게 됐다.

저격수 한명은 1개 중대(100명)만큼의 효과를 낸다. 저격수는 1, 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이라크전을 거치며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1차 대전 때 적 1명을 제거하는 데 들어간 탄약은 7000발, 2차 대전은 2만5000발이었다. 저격수들은 평균 1.7발을 사용했다.

 대한민국 해병대 소속 저격조가 길리슈트(위장옷)를 입고 저격훈련을 하고 있다. 저격수는 관측수와 짝을 이뤄 다니며 작전을 수행한다. / 황광한 예비역 준장 제공
 1 542명 사살한 핀란드 시모 하이하. 2 400명 사살한 구소련 바실리 자이체프. 3 베트남전 영웅 카를로스 해스콕.

2차 대전 때 542명을 사살한 시모 하이하(핀란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400명을 사살한 바실리 자이체프(구소련), 베트남전 영웅인 카를로스 해스콕(미국) 같은 뛰어난 저격수는 그 존재만으로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미 해병대 소속 해스콕은 1967년 혼자 라오스를 돌아 적 부대가 주둔한 북 베트남에 잠입해 800m 떨어진 베트콩 사단장을 원샷 원킬(One shot one kill)시켰다. 원샷 원킬은 한 발의 사격으로 적군을 쓰러뜨리는 것이다.

저격수는 조준경을 통해 적군의 동태도 감시한다. 그가 전하는 정보는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한국 정규군에 스나이퍼가 필요하다고 최초로 주장한 저격수 전문가 황광한 예비역 준장은 "저격수는 단순한 킬러가 아니라 정보를 수집하고 아군의 작전을 유도한다"고 했다.

저격수는 천부적인 사격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틀 동안은 꼼짝하지 않고 사격자세를 취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영화나 게임에서처럼 뛰어다니며 저격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전증을 피하기 위해 술을 마셔도 안 되고 완벽한 매복을 위해 담배도 금물이다.

눈도 아주 좋아야 한다. 위장을 구별하기 위해 색맹이 없어야 하고 나안시력도 2.0 이상이어야 한다. 황 예비역 준장은 "모기가 물어도 꿈쩍 않는 인내력이 필요하다"며 "전설의 스나이퍼 해스콕은 엎드린 자세로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속옷도 안 입었다"고 했다.

저격수를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은 미 해병대다. 1개 대대당 18명의 저격수가 있다. 저격수와 관측수가 짝을 이뤄 9개조가 활동한다. 1977년 저격수 양성학교를 세웠고 매년 45명을 배출했다. 미 육군은 1987년 보병학교에 저격수 학교를 세웠고 현재 대대마다 1개의 저격소대가 있다.

영국군은 모든 소총에 조준경을 달아 전 장병의 저격수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 육상자위대도 저격수 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프랑스, 이스라엘, 중국도 보병 부대의 분대당 1명의 저격수를 활용하고 있다.

소련 제88특별저격여단 소속이었던 김일성은 6·25 때 저격수를 활용했다. 현재 북한은 분대당 1명의 저격수를 배치하고 있다. 북한 저격수는 사거리가 800m인 드라구노브(Dragunov) 저격총과 자체 개발한 반자동식 7.62㎜ 저격소총을 사용하고 있다. 그 수는 1만명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북한 저격여단은 저격수만으로 구성됐을까? 황 준장은 "저격수로만 이루어진 부대는 근접전에서 이길 수 없다"며 "그런 부대는 전 세계에 없다"고 했다. 북한의 저격여단은 경(輕) 보병으로 이루어진 특전사급 부대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저격수를 어떻게 운용할까. 크게 대 테러작전을 하는 특수부대의 저격수와 일반 육군 저격수로 나눌 수 있다. 특전사 707특임대, 경찰특공대, 청와대 경호실 같은 테러진압 부대의 저격수들은 PSG-1이나 MSG-90, AW 등의 전문 저격소총을 사용한다.

우리의 저격수 역사는 짧다. 최초로 육군에 저격수가 등장한 것은 2004년이다. 해병대가 전군 최초로 2003년 저격수 교육 과목을 편성했고 이듬해 4월, 41명의 저격수가 처음으로 배출됐다. 해병대 저격수 훈련은 1년에 2번, 70여명을 대상으로 한다. 3주간의 특수 훈련을 받은 해병대원들은 전문 저격소총인 SSG-3000을 사용하며 수색대 저격팀이나 사단과 연대의 저격소대에 배치된다.

2006년에는 육군 교육사령부에서 '저격수 운용' 책자를 발간하면서 소규모 부대도 저격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 저격수는 소대별로 1~2명이 배치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일선 부대의 저격수 운용은 걸음마 단계다. 이들은 사격 잘하는 인원으로 선발돼 상급부대에서 1주일 정도 훈련을 받는다. 장비도 K2소총에 3~4배율의 조준경을 단 것이 전부다. 군 관계자는 "전문 저격소총을 지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든다"고 했다.

우리 저격수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800m 밖에 있는 표적을 가뿐히 맞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집중력과 실력은 뛰어나지만 장비 면에서 1㎞를 맞추는 미군엔 뒤떨어진다. 황 준장은 "우리나라 저격수 양성은 이제 시작"이라며 "시스템을 잘 만들고 사격대회를 여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하면 최고의 저격수가 나오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