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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군사 소식

"계급장은 달라도 우리는 하나"… 同期생활관 거부하는 해병대 2014

by 충실한 해병 2022. 11. 9.

'같은 계급 생활관' 시행률
공군 95%, 육군 65%
해병대는 非전투부대만 8%
"선임·후임병 함께 해야
유사시 전투력 최고"

"담당구역 청소 시간."

매일 오후 8시 50분 대한민국 군대 병영은 취침 점호 전(前) 청소로 갑자기 분주해진다. 화장실로 뛰어가 변기를 닦고 쓰레기통 비우는 이병, 분리수거장에서 쓰레기 분류하는 일병, 대걸레 들고 복도를 닦는 상병, 생활관 바닥에 누워 종아리를 긁으며 TV 보는 병장….

예전 우리 군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런 장면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구역 청소는 공평하게 병사들이 돌아가면서 하고, 생활관에서 후임병을 괴롭히는 선임병 모습도 줄어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2년 도입된 '동기 생활관' 제도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한 생활관에서 병사들 간 계급 높낮이 때문에 발생했던 문제도 줄고 있다"고 했다.

동기 생활관 제도는 한 생활관에 입대 시기가 비슷한 병사들을 집중 배정하는 제도다. 지난 10월 말 기준 전 군(軍) 평균 시행률이 70%를 넘어섰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군(軍)별 시행률은 공군이 95%로 가장 높았고, 해군(74%), 육군(65%) 순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제도 시행률이 눈에 띄게 낮은 곳이 있다. 바로 해병대다. 지난달 현재 해병대의 동기 생활관 시행률은 8% 수준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일부 비전투부대에서만 시행하고 있고, 전투부대는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 제도는 권장 사항이기 때문에 예하 부대는 시행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엄격한 군기(軍紀)와 강인한 전투력을 생명으로 하는 해병대가 옛 생활관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군 관계자들은 우선 해병 정신을 꼽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병대는 유사시 상륙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임무 특성상 후임병이 선임병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며 해병 정신을 전수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해병대 관계자 역시 "전장(戰場)에서 전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분대 단위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해병대의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이런 해병 정신의 근간은 해병대 특유의 기수 문화에서 나온다. '철조망은 녹슬어도 해병대 기수발은 녹슬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해병대가 기존 생활관 제도를 고집하는데도 해병대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해병대는 지원병으로 구성되는데, 병사 모집 경쟁률은 2010년 2대1에서 작년 4대1까지 치솟았다.

해병대가 앞으로도 지금의 생활관 방식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군대 생활관은 병장 최고참부터 이병 말단까지 계급이 고루 섞인 분대(分隊)가 함께 생활하는 곳이었다. 기성세대에겐 내무반(內務班)이라는 명칭으로 더 익숙하다. 내무반은 분대라는 기본적 군부대 편성 단위를 유지하는 곳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각종 구타·가혹 행위가 벌어지는 공간이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무반을 생활관으로 바꿨지만,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구타·가혹 행위가 근절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2년 전투의 기본 단위인 분대를 사실상 해체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를 무릅쓰고 현재의 동기 생활관 제도를 도입했다.

국방부 병영정책과장 박영식 대령은 "동기 생활관 제도를 시행하면 선임병과 24시간 생활해야 했던 과거 내무 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 병영 부조리·가혹 행위를 방지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해병대도 장기적으로는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병대 장병들은 "해병대의 끈끈한 조직 분위기를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해병 특유의 선·후임 관계는 오래 유지될 것이고 생활관 문화도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