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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논문 자료

[유용원의 군사 포커스] 국산 경공격기 KA-1 훈련 동승기

by 충실한 해병 2022. 12. 22.

"속초 북쪽 15㎞ 해안도로에 적 차량 출현."

"공격하라!"

지난달 19일 오전 10시40분쯤 강원도 고성군 해안 900m 상공. 공군 제15혼성비행단 237전술통제비행대대 소속 국산 경(輕)공격기 KA-1을 조종하던 편대장 김운복(31·공사48기) 대위는 지상 유도요원의 공격 지시에 따라 급상승하며 고도를 1500m까지 높였다. 이내 기수를 왼쪽으로 꺾은 뒤 도로 위의 가상 적군 차량 등 표적을 향해 똑바로 기체를 내리꽂았다.

KA-1은 시속 500㎞ 이상의 고속으로 600m 가량을 급강하하며 목표물에서 3.6㎞ 떨어진 곳에서 가상으로 구경 70㎜ 로켓들을 발사했다. 첫 국산 기본 훈련기 KT-1을 개조한 KA-1은 로켓탄, 고폭탄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로켓탄은 양쪽 날개에 최대 14발까지 달 수 있다. KA-1의 조종석에는 컴퓨터를 통해 목표물이 자동으로 조준되는 시스템(CCIP)이 설치돼 있어 명중률이 높다.

 

1100시간의 비행 경력을 가진 김 대위는 900m 상공까지 내려가며 공격을 마친 뒤 적 대공화기의 공격을 피해 다시 왼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며 급상승했다. 멀리 설악산 울산바위가 오른쪽 발아래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순간 언론인 최초로 KA-1에 탑승한 기자의 몸에 중력가속도의 3.5배(3.5G)에 달하는 압력이 느껴졌다. 3.5G는 몸이 땅 위에서보다 3.5배 높은 압력을 받는 것이다. 보통 롤러코스터를 탈 때 느끼는 고통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이었다.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어 가뜩이나 답답했던 속이 더 울렁거리며 구토 증세도 나타났다.

김 대위가 조종하는 KA-1 1호기가 공격을 마치자 1.6㎞쯤 떨어진 뒤에서 비행하던 KA-1 2호기도 똑같은 방식으로 가상 적군을 공격했다. KA-1 2호기에는 여군 조종사인 박민경(28) 대위와, 성 호(30) 대위가 탑승하고 있었다. 박 대위는 670시간, 성 대위는 730시간의 비행 경력을 각각 갖고 있다.

이날 KA-1들이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12㎞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고성 상공에서 훈련을 한 것은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351고지가 인근에 있었기 때문이다.

351고지는 한국군 15사단이 북한군의 집요한 공격을 물리치고 지켜냈던 곳이다. 1953년 3월 북한군 53연대 3대대는 351고지를 공격하기 위해 동굴을 파며 접근하자 15사단은 적 동굴에 포격을 가했으나 실패, 공군 지원을 요청했다.

KA-1은 T-6처럼 공격 목표물을 백린탄(白麟彈) 등으로 표시해 공군 전폭기들의 정확한 폭격을 유도하는 한편, 폭격 뒤 정확한 공격이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비행기를 흔히 전술(전선)통제기라 부른다. KA-1은 이런 역할 외에 로켓탄 등으로 가벼운 공격도 할 수 있어 경공격기라 불리는 것이다.

 

고성 상공에서 두 차례에 걸쳐 훈련을 마친 2대의 KA-1은 기수를 서쪽으로 돌렸다. 태백산맥을 경계선으로 서쪽으로는 끊임없이 구름의 바다가 펼쳐져 땅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KA-1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9~16㎞ 거리를 유지하며 비행금지 공역(空域)인 'P-518 공역'을 따라 서쪽으로 비행했다. 'P-518 공역'은 항공기가 비무장지대 가까이 비행할 경우 실수로 월북(越北)할 가능성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비행을 허용하지 않는 곳이다. 공군 관계자는 "민간인이 공군 항공기를 타고 'P-518 공역'을 비행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다"고 했다.

KA-1은 11시5분쯤 6·25전쟁 최대 격전지 중의 하나인 '철의 삼각지' 상공을 지났다. 철의 삼각지는 강원도 철원·평강·김화를 잇는 삼각지대로, 백마고지, 오성산, 저격능선 등 격전지를 안고 있다. 구름이 짙게 끼어있어 약 60년 전 격전의 현장은 내려다보이지 않았다. 당초 KA-1은 경기도 포천 일동에서 땅 위에 배치돼 있는 요원의 유도를 받아 지상공격 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름이 짙게 끼어있어 훈련은 취소됐다. KA-1은 이륙 1시간20분 만인 오전 11시30분쯤 성남 서울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