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형 무인기가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부대 간 상황 전파·공유 체계가 실시간으로 가동되지 않아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적 무인기 대응 작전 체계인 ‘두루미’ 발령 절차도 방공 장비 실무자의 판단에 맡겨 놓아 늑장 발령의 원인이 됐다. 군은 그간 합참이 지휘하는 실전 수준의 무인기 대응 훈련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와 합참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북 무인기 대응 전비태세검열 결과를 국회 국방위에 보고했다. 검열 결과, 군의 기본인 보고 체계와 훈련에 허점이 있었고 이런 문제를 북 무인기가 영공을 휘젓고 난 이후에야 알아챘다는 것이다. 군은 각 전문가 30여 명을 투입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8일까지 3주간 각 부대를 검열했다. 북 무인기 도발 사건의 문책 대상으로 영관급 실무자들을 포함해 1군단장, 수도방위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등 고위 장성 4명 안팎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검열 결과 보고서에서 “2~3m급 소형 무인기에 대한 위협 인식이 북한 핵·미사일에 비해 부족했다”며 “북 소형 무인기 위협 정도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군은 부대 간 실시간 상황 공유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했다. 군 경계의 기본인 신속한 상황 전파·공유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것이다. 검열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25분 북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올 당시 1군단은 이와 관련한 이상 항적을 포착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탐지 내용이 1군단에서 상급부대에 전파되는 데는 30분 넘게 걸렸다. 고속 상황 전파 체계 등 신속 전파망이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속 전파망이 가동되려면 이상 항적이 ‘긴급 보고’로 분류돼야 한다. 그런데 1군단 실무자는 이상 항적이 평소처럼 새 떼나 풍선일 수도 있다고 판단해 ‘수시 보고’ 대상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이 같은 중요 판단은 주요 참모나 지휘관이 내려야 하지만, 일선 실무자의 판단에 맡겨 놓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1군단은 북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넘어온 지 40분이 지난 11시 5분에서야 이상 항적을 무인기라고 판단하고 유선으로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에 보고했다. 지작사는 11시 11분 합참에 보고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11시 50분, 윤석열 대통령은 낮 12시 12분이 돼서야 보고를 받았다. 그사이 영공을 침범한 북 무인기 5대 가운데 1대는 용산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하며 서울 상공을 휘젓고 북으로 돌아갔다. 또 1군단이 고속 상황 전파 체계 등으로 상황을 알렸더라도 수방사는 이 전파망에서 제외돼 있어 이를 바로 알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검열에서 드러났다.
군은 검열 보고서에서 “합참이 통제하는 실질적 훈련을 하지 않아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적이 없는 훈련만 하다 보니 훈련 효과가 미미했다”고 했다. 전직 군 고위 관계자는 “실전과 같은 무인기 방공 훈련을 단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신속 전파망에 구멍이 뚫려 있는 점 등 각종 문제를 발견하고 보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무인기 대응 관련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북 무인기가 대통령실 3㎞ 인근까지 침범한 것은 ‘작전 실패’ ‘경호 실패’라면서 김용현 경호처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국회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남남 갈등은 북한이 이번 무인기 도발로 바라는 것 중 하나”라면서 “야당이 안보로 무리한 정치 공세를 펴선 안 된다”고 했다. 정부는 검열 결과를 면밀 검토해 조만간 문책 대상 범위를 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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