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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장비 시설

팬저파우스트

by 충실한 해병 2023. 5. 10.
현대 보병용 대전차 화기의 선구적 존재
 
 
보병의 휴대용 대전차화기는 전차로부터 보병을 지켜주는 것이 주 기능이다. 여기에 더해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화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직사 포격을 보병의 휴대화기 수준에서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즉, 보병의 화력 수준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오늘날과 같은 대전차화기의 개발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이뤄졌지만, 그 기원은 18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과학자 먼로가 폭약의 폭발력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는 성형 작약의 원리를 개발한 것이 그 시초인 것. 이 원리는 1910년대에 독일의 노이만에 의해 폭약의 폭발력을 관통력으로 변환시키는 ‘성형작약탄’으로 완성됐고,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대전차용으로 주목받은 것이 시초다.

특히 성형작약탄은 대전차 고폭탄으로 발전, 휴대용 대전차화기라는 콘셉트를 가능하게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전차의 장갑을 관통하기 위해서는 탄환이 직접 장갑을 관통하는 철갑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전차의 장갑이 잘해야 20~30mm 정도일 때에는 구경 12~15mm 정도의 대구경 소총에서 쏘는 철갑탄으로도 관통이 가능했지만, 전차의 방어력이 높아지면서 사람이 들 수 있는 수준의 무기로는 전차의 장갑을 뚫을 철갑탄의 발사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대전차 고폭탄의 등장은 포탄의 속도에 관계없이 일정한 장갑 관통력을 보장하게 했다. 바꿔 말하자면 탄속이 느린 보병 휴대용의 무반동 화기라도 일단 발사해서 적 전차에 명중만 하면 전차의 격파가 가능해졌다.

이런 대전차 고폭탄의 존재는 미국에서 로켓식 대전차화기인 ‘바주카’를 낳았지만, 역시 여기에 특히 주목한 나라의 하나가 제2차 세계대전 중의 독일이었다. 화약의 폭발 압력 대부분을 후방으로 분출하는 무반동식 발사관이라면 보병의 휴대와 발사가 가능한 가볍고 단순한 구조로 제작이 가능했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보병 휴대용 간이 대전차 발사관 ‘팬저파우스트’(사진)였다.

비록 단순한 1회용이고 사거리도 30~60m에 불과했지만 이미 관통력은 당시 존재하는 거의 모든 전차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비록 패전하긴 했지만 독일이 1945년까지 전쟁을 계속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무기라면 V2미사일이나 제트기 같은 당시 최첨단의 무기보다 오히려 600만정이나 생산된 팬저파우스트의 역할이 더 컸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물론 짧은 사거리는 약점이었지만 팬저파우스트 없이는 실질적으로 육탄공격 이외에 전차에 대항할 방법이 없던 보병들의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됐다. 팬저파우스트는 패전과 함께 소련에 노획되면서 유명한 RPG 대전차 로켓 시리즈 개발의 기초가 됐다. 또 우리 군이 현재 일선 보병부대에서 운용 중인 팬저파우스트 III의 뿌리가 되는 무기이기도 하다.

<홍희범 플래툰 편집장 CAL50@hitel.net >